[‘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타이밍 딱 맞는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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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6 07:54  |  수정 2017-10-16 07:54  |  발행일 2017-10-16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타이밍 딱 맞는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

2017년 한가위는 우리에게 긴 연휴란 풍성한 선물을 주어 조상님들께 차례를 지낸 후에 온 가족이 해외여행을 즐기기도 하고, 그간 밀린 잠을 보충하기도 하며, 밤을 새워 밀린 드라마를 즐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미주나 유럽을 여행하고 온 사람은 시차, 밀린 잠을 몰아서 잔 사람은 더부룩함, 밤새 드라마를 즐긴 사람은 업무 중에 밀려드는 졸음과 같은 연휴 후유증으로 현업에 복귀하여 엄청나게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우린 이때 주로 “생활리듬이 깨졌다”고 말합니다. 이 생활리듬을 담당하는 우리 몸의 명품시계, ‘생체시계(circadian systems, 일주기 시스템)’의 신비를 풀어낸 미국인 과학자 세 명이 바로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주인공들입니다. 지난 2일,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생체시계를 통제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발견한 제프리 홀 교수, 마이클 로스배시 교수, 마이클 영 교수를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 몸은 두 가지 형태의 생체시계를 통해 생활리듬을 조절받고 있습니다. 하나는 대략 24시간을 주기로 자기만의 리듬에 따라 똑딱거리는 개별세포나 주요 장기 속에 존재하는 시계이며, 다른 하나는 주로 빛신호를 통해 외부 환경을 파악하여 24시간을 주기로 움직이는 세포나 장기 내 생체시계를 조절해주는 뇌 속 시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 SCN)에 존재하는 시계입니다. 보통 뇌 속 생체시계를 ‘중추 시계’라 부르고, 각각의 개별세포에 존재하는 생체시계를 ‘말초 시계’라고 부릅니다. 이들의 관계는 마치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교향악단 연주자들(세포 내 생체시계)과 이들이 페이스가 흐트러지지 않고 끝까지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지휘하는 마에스트로(뇌 속 생체시계)의 관계와 유사합니다. 아무리 개별 연주자가 뛰어난 연주를 할지라도 마에스트로가 연주자 각각의 페이스를 조절해주지 않는다면 관객의 입장에서는 명연주가 아닌 지독한 소음을 듣게 될 것이며, 만약 우리 몸의 생체시계들이 이런 소음을 매일 연주한다면 우린 아마도 병에 걸리게 될 것입니다.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교수 세 분은 이들 생체시계 중에서도 ‘말초 시계’가 어떻게 일정한 주기를 갖게 되는지 초파리를 생물모델로 이용하여 밝혔습니다. 세포에는 하루의 통상적인 생체리듬을 제어하는 유전자가 존재하는데, 이 유전자가 코딩하는 단백질은 야간에는 세포 내에 축적되고 주간에는 사라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교한 생체리듬 조절 메커니즘이 초파리뿐 아니라 거의 전 동물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고마운 시계 덕분에 우린 수면, 체온조절과 대사 같은 다양한 필수 생리기능을 조절해 줍니다.

그런데 이 ‘말초 시계’와 ‘중추 시계’가 간혹 일시적으로 불일치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해외여행으로 밤낮이 바뀌면 발생하는 바로 ‘시차’입니다. 단순히 이런 간단한 생리현상 외에도 생체시계가 우리 몸에 관여하는 일은 다양합니다. 한 예로 생체시계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인 DGIST 뇌·인지과학전공의 김경진 교수(현 한국뇌연구원 원장)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정서 역시 생체시계에 의해 조절받고 있다고 합니다. 김경진 교수 연구팀은 밤이 되면 차분해지고 낮에는 활발해지는 감정 기복에 주목하였는데, 여러 연구를 통해 이러한 무드 변화가 하루를 주기로 체내의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생체시계 단백질이 도파민 신경회로와 연계되어 일어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도파민은 정서, 운동, 인지, 보상, 동기부여 등 다양한 뇌기능을 관장하는 중요 신경전달 물질입니다. 이에 생체시계를 잘 이용하면, 시차와 같은 증상 외에도 조울증 같은 정서 장애나 중독질환에 대한 치료 기술 개발도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노벨상위원회는 여느 해와 다름없이 정확하게 10월2일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발표하였네요. 이는 아마도 노벨상위원회에도 명품 ‘생체시계’가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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