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이양호 한국마사회 회장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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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4   |  발행일 2017-10-14 제22면   |  수정 2017-10-14
“렛츠런파크 영천, 경마 레저스포츠화 목적…레저세 감면문제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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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호 한국마사회 회장이 지난 10일 경기도 과천 마사회에서 가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산업이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행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승마가 생활체육으로 조금씩 자리 잡고 있다. 2016년 기준 정기 승마인구는 4만7천명, 체험승마 인구는 89만명으로 확대되고 있다. 나아가 재활승마·심리치료승마 등으로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렛츠런 파크 영천경마공원’이 조성되면 지역 대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레저세 감면 문제가 발목을 잡으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영남일보는 지난 10일 한국 말산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양호 한국마사회 회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 봤다. 구미 출신의 이 회장은 취임 당시‘친박(親박근혜) 낙하산’이란 오명을 쓰며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말 관리사의 연이은 자살,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 등 여러 난관을 정면돌파하며 상생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저세 감면 안되면 마사회 매년 500억원 적자
이사회 내부 반발 부딪혀 사업진행 차질 생겨
경북 출신 김부겸 행안부장관 일정역할 기대”

현장중심 소통·정규직전환 등 현안해결 성과
“구미·영천·상주·군위·의성 말산업 특구지정
말산업 대중화…경제 활성화·고용창출 기여”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았다. 성과가 있는가.

“약 10개월 전 취임 당시 국정농단 의혹, 장외발매소 갈등으로 여론이 악화된 와중에 위니월드 운영난, 말 관리사 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을 직접 찾아 소통하며 현안 해결에 힘썼다. 그 결과 수차례 협의 끝에 말 관리사 사건의 타협점을 이끌어 냈다. 또 시간제 경마직 정규직 전환 노·사협약 체결, 경영쇄신방안 발표, 산업안전 보건대책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취임 직후 설립한 미래발전 전략수립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조직개편과 함께 미래 전략을 수립하며 ‘국민행복을 향한 질주’라고 요약할 수 있는 신(新)비전을 마련했다. 신비전에는 말산업 육성, 국제수준의 경마 시행, 스마트마케팅 서비스, 지속성장 마련의 4개 목표가 담겼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힘을 쏟고 있는 부문은 말산업 육성이다. 말산업은 1차 산업인 생산·사육, 2차 산업인 사료·마장구·설비제조, 3차 산업인 승마·경마·관광·교육·재활 등으로 확장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6차 산업이다. 말 3마리가 일자리 1개를 창출한다는 ‘3마1직(三馬一職)’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앞으로도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로 잃어버린 말산업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한다는 목표로 고객 중심, 현장 중심의 업무를 추진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겠다.”

▶현재 우리나라 말산업계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한다면.

“농식품부가 올해 발표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말산업 규모는 2015년 말 기준으로 3조4천12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승마를 선진국들과 같이 대중스포츠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이를 위해 우선 말산업 육성의 핵심동력인 ‘승마’의 저변을 넓히고자 유소년 승마대회를 확대하고, 관련 표준 매뉴얼을 개발·보급하겠다. 또 승마를 체육과정에 편입시키기 위한 시범 사업을 시행하고, 트레킹·관광·교육 등 승마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도 함께 추진하겠다. 현장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겠다. 경영자 과정을 개설하고, 말산업 현장 취업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해외 인턴취업 사업, 고용디딤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 특히 승마는 생명을 가진 말과 인간이 교감하는 운동이다. 이를 통해 신체능력은 물론 대담성, 협동심, 집중력 등의 정신적 발달을 도모할 수 있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에게 리더십, 팔로어십을 키워 줄 수 있고, 정서적 안정도 가져온다. 승마의 이 같은 강점을 잘 활용한다면 머지않아 ‘승마 대중화’와 생활 스포츠로서의 ‘승마 활성화’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말산업 대중화가 경북의 농촌 경제 활성화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말산업이 유발하는 경제효과는 1천억달러 이상이다. 고용 효과도 1천400만명에 달한다. 무엇보다 1조5천억원 규모의 국가·지방 재정은 물론, 1천600억원 규모의 기금이 매년 경마로부터 나오고 있다. 경북은 제주도에 이어 둘째로 말산업 특구(구미·영천·상주·군위·의성)로 지정된 만큼 말산업을 잘 발전시킬 경우 도민 건강은 물론 고용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렛츠런파크 영천’ 사업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

“‘렛츠런파크 영천’은 우리나라의 4번째 경마공원으로 영천시 금호읍 일대에 약 45만평 규모로 건설되며 사업비는 3천억원 정도다. 이처럼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영천에 경마공원을 조성하려는 이유는 장외 발매소 중심의 경마 매출 구조를 탈피해 경마의 레저스포츠화를 이루자는 취지에서다. 이를 통해 농가소득이 확대되면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동안 애로사항으로 지적됐던 공유재산법령상 공유지인 사업 예정부지 내 영구시설물 축조 문제와 일부 부지에서 출토된 문화재 문제는 해소가 됐다. 그러나 레저세 감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마사회 입장에서는 레저세 감면이 안 될 경우 적자 발생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예상된다.”

▶레저세 감면 문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당초 레저세를 30년간 50% 감면하는 것으로 경북도·영천시·한국마사회 간 협약을 체결해 사업 추진을 해 왔다. 협약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협약 이후 정부의 지방세 감면 규제가 강화되면서 레저세 감면 문제가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됐다. 레저세가 감면이 되지 않을 경우, 마사회는 해마다 500억원의 적자를 보게 된다. 이 때문에 이사회의 내부 반발에 부딪혀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해법을 찾기 위해 마사회를 비롯해 국회와 정부, 경북도, 영천시 등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사업 추진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자유한국당 이만희 의원(영천-청도)이 지난달 ‘말산업 특구에 사업장을 둔 말 사업자에게 레저세 50%를 경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행안부가 특정지역만 예외로 둘 수 없다며 부정적이다. 경북 출신인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일정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레저세 감면 문제만 해결된다면 이사회 의결을 거쳐 렛츠런파크 영천 실시 설계에 바로 착수하겠다.”

▶영남일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양호라고 했을 때 모든 이가 ‘고·현·정’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한다. ‘고객 중심’ ‘현장 중심’의 업무 추진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경영자가 되겠다는 의미다. 앞으로도 마사회장으로서 이런 경영철학을 잊지 않고 사행산업이란 선입견이 있는 경마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레저스포츠’로 발전시키기 위해 겸허한 자세로 소통하고, 상생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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