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여전히‘매수 추천’으로 도배…株價 괴리율 오히려 커졌다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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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4   |  발행일 2017-10-14 제11면   |  수정 2017-10-14
목표주가 ‘괴리율공시제’ 한달
증권사 목표價 제시 상장사 296곳
9월말 기준 평균 괴리율 33% 달해
공시제 도입 전보다 6%p가량 상승
매수 초점 ‘뻥튀기 보고서’ 막아야
투자자는 증권사별 교차분석 필요
증권사 여전히‘매수 추천’으로 도배…株價 괴리율 오히려 커졌다

9월1일부터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목표주가와 실제주가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괴리율을 의무 공시하도록 하는 ‘목표주가 괴리율공시제’가 시행됐다. 이에 따라 애널리스트는 산정한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차이를 백분율로 환산(괴리율)해 반드시 보고서에 적시해야 하고, 특히 투자등급의 의미와 공표일부터 과거 2년간 해당 주식에 대해 제시한 투자등급 및 목표가격의 변동 추이도 함께 표기해야 한다.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의 하나로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한 달 동안 주식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시행 한 달, 효과는 ‘글쎄요’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의 핵심은 증권사가 터무니없이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 투자자를 현혹해 주식을 사도록 하는 것을 막는 데 있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시장에서는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의 차이를 뜻하는 괴리율이 여전히 30%대에 달하기 때문이다.

13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3개 이상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제시한 상장사 296곳의 주가 괴리율을 집계한 결과,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평균 괴리율은 33.37%에 달했다. 이는 괴리율 공시제가 도입되기 전인 8월28일(27.82%)보다 오히려 오른 것이다.

세부 종목별로 보면, 괴리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아프리카TV로, 실제 주가는 2만100원이지만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컨센서스)는 3만5천833원으로 이보다 78.27%나 높았다. 그다음은 휴맥스 73.70%, 평화정공 72.77%, 화승인더 71.99%, 한화테크윈 64.55% 등으로 괴리율 상위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목표주가 컨센서스가 있는 296개 상장사 중 294곳은 목표주가가 현재의 주가보다 더 높았다. 목표주가가 현재 주가보다 낮게 제시된 곳은 메리츠화재(-0.65%)와 게임빌(-1.87%) 2곳뿐이었다.

여기에다 ‘매수’ 추천으로 도배하다시피 한 국내 증권사들의 기업분석 관행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가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매도’ 보고서는 여전히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탓에 괴리율 공시도가 사실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와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는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매수, 중립(보유), 매도로 구분해 그 비율을 공시하도록 한 것으로, 2015년 5월 시행됐다. 시행 전 기존 기업분석 관행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국내 증권사가 발간한 기업분석 보고서 2만4천415건 중 매도 의견을 낸 것은 15건으로 0.06%에 그쳤다. 이전 1년간의 7건(0.03%)보다는 늘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제도 시행 1년 전 0.04%와 비교해도 거의 변화가 없는 셈이다.

국내 증권사 36곳 중 지난 1년간 매도 의견을 한 차례라도 낸 곳은 옛 미래에셋증권(2건), KTB투자증권(5건), 대신증권(2건), 케이프투자증권(2건), 하나금융투자(2건), 한국투자증권(2건) 등 6곳이었고, 이들 증권사 중에도 매도 의견 비율이 1%를 넘긴 곳은 없었다. 반면 매수 의견은 1만9천523건으로 79.90%를 차지했다.

부국증권의 경우 기업분석 보고서 36건 중 97.22%인 35건이 매수를, 토러스투자증권의 매수비율은 91.36%, 신한금융투자는 90.15%로 상당수가 90%를 넘겼다. 미래에셋대우(85.92%), 삼성증권(82.13%), KB증권(75.48%), NH투자증권(71.80%) 등 대형 증권사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년간 국내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의 매수의견 비율은 88.5%로 90%에 육박한 반면 매도 의견 비율은 0.2%에 불과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의 매수의견 비율은 53.5%, 매도의견은 비율은 15.5%로, 매수의견이 높게 나타나긴 했지만, 국내 증권사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해 5월31일 129만2천원이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다음 날인 6월1일 133만3천원으로 130만원대를 기록한 후 7월 중순까지 130만~140만원대에 머물러 있었다. 이 시기 당시 JP모건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90만원, 모건스탠리와 노무라 등은 180만원을 제시했다. 한국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앞으로 30~45%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본 것.

당시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삼성전자 목표주가 평균값이 169만원 정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외국계 증권사들이 훨씬 과감했던 것이다. 최근 1년 동안 삼성전자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자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주가를 250만원에서 270만원으로, 다시 300만원으로 발 빠르게 고쳤고, 이를 믿은 투자자들이 따라 들어오면서 대세상승장에서 삼성전자의 과실을 따 먹은 셈이다.

1년4개월 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로 170만원에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했던 증권사들은 지금 얼마를 목표로 내놓고 있을까. 9월부터 지난 10일까지 증권가에서 제시한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최소 280만원에서 최대 350만원으로 주가와 괴리율은 2.48%에서 28.11%(11일 종가 기준)에 이른다.

가장 높은 목표치를 제시한 곳은 350만원을 제시한 IBK투자증권이다. 그 다음은 미래에셋대우(330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330만원), 한국투자증권(325만원), 하나금융투자(320만원), 유진투자증권(315만원), 신한금융투자(310만원), 하이투자증권(310만원), 한화투자증권(310만원), 현대차투자증권(310만원), 키움증권(310만원), 메리츠종금증권(304만원), 동부증권(300만원), 유안타증권(300만원) 등이다.

높은 괴리율에도 목표주가를 높이는 증권사가 늘어난 이유는 12일 장 초반 275만8천원까지 올라 전날 세운 장중 최고가 기록(273만8천원)을 하루 만에 갈아치운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세가 무서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 자체보다는 증권사가 매수에만 초점을 맞춰 뻥튀기하는 보고서를 내놓는 것을 막는 것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또 투자자들도 애널리스트들이 내놓는 리포트의 행간을 읽어내는 능력을 키우라고 조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의 경우 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말도 안 되게 긍정적인 목표주가 제시에 제동을 건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공시제 탓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요소 등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판단하는 등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만약 수치만으로 목표주가를 내놓는다면 인공지능으로도 충분하다. 그런 만큼 수치를 기본으로 그 안에서 뽑아낼 수 있는 가치로 전망을 해야 하는 애널리스트 고유의 영역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투자자들은 목표주가라는 수치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목표주가를 산정할 때 사용된 사실 등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고, 같은 종목에 대한 다양한 증권사의 보고서를 교차분석해 투자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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