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주키퍼스 와이프·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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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3   |  발행일 2017-10-13 제42면   |  수정 2017-10-13
하나 그리고 둘

주키퍼스 와이프
사라져가는 동물들, 채워지는 유대인


20171013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유대인 학살이 자행되고 있었다. 동물원을 운영하던 ‘자빈스키’ 부부는 전시라는 명목하에 동물원을 압류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돼지 농장을 하면서 군수물자를 공급하겠다는 제안으로 감시의 눈길을 돌리는 한편, 유대인 게토에서 사람들을 빼내어 탈출할 때까지 사택에 숨겨주는 일을 한다. 동물원의 동물들이 사라져갈수록 부부의 집은 더 많은 유대인들로 채워진다. 유대인을 동물 취급하며 죽음으로 내몰았던 나치의 광기 속에 자빈스키 가족은 동물 대신 인간을 보살핌으로써 ‘삶’이라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다이앤 애커먼의 동명 논픽션 저서를 원작으로 한 ‘주키퍼스 와이프’(감독 니키 카로)는 ‘쉰들러 리스트’(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감동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다이앤 애커먼의 동명 논픽션 원작…니키 카로 감독
2차 대전 당시 바르샤바 동물원장 부부 선행 큰 울림



영화 전반은 제목처럼 부부 중 아내인 ‘안토니나’(제시카 차스테인)의 시점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마법을 부리듯 동물과 소통하며 고통을 다루어내는 안토니나의 캐릭터가 묘사되는데 이어 전쟁이 시작되면서 동물들이 사살 당하는 것을 목도하는 그녀의 아픔이 화면에 담긴다. 동물원에 있던 새까지 쏘아서 떨어뜨리는 독일군의 무자비함은 유대인을 동물처럼 대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고, 작은 동물의 생명까지 소중히 여기는 안토니나의 심성은 죽음을 무릅쓰고 유대인들을 돕는 선행으로 이어진다. 그녀는 독일군인들의 잦은 방문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한편, 동물원을 지키기 위해 나치의 수석 동물학자 ‘루츠’(다니엘 브륄)와의 관계를 이용해 나간다. 그러나 약자의 위치에 있는 그녀는 시간이 갈수록 그의 유혹을 완전히 뿌리치지 못해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데, 카메라는 루츠와 함께 있을 때마다 불안해지는 안토니나의 심리를 섬세하게 잡아낸다.

그러나 이 극적인 실화에서 영웅은 안토니나 뿐만이 아니다. 그녀의 남편 ‘얀’(요한 헬덴부르그)의 활약 또한 비중 있게 다뤄진다. 그는 게토와 동물원을 오가며 유대인들을 실어 나르는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고, 총격전에 나서기까지 하는 용감한 인물이다. 애초에 유대인과 비유대인, 동물과 인간이 공생하는 것이 자신이 살아온 방식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안토니나에게 유대인 구제를 제안하는 사람도 얀이다. 그의 신조는 어린 아들에게까지 전해져 아들 또한 나치즘을 비판하는 인물로 성장한다. 무모하기는 하지만 부부가 차마 하지 않는 직접적인 저항의 말을 아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전쟁이 끝난 후, 가족들이 동물원 곳곳에 노란 다윗의 별을 그려 넣는 모습은 의미심장하다. 그들이 경험한 역사를 기록하는 하나의 방식, 즉 삶을 기념하고 죽음을 잊지 않기 위한 이러한 행위는 의례로 불러도 무방할 만큼 중요하고 신성하기 때문이다. 이들 가족으로 인해 목숨을 건진 유대인 아이들과 부부의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갈 다음 세대에 희망을 예고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큰 사업가였던 쉰들러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실화이기에 또 다른 울림이 있는 작품이다.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6분)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서로 반대로 흐르는, 그·그녀의 시간


20171013

다른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 살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타인의 미래는 알지만 그들의 과거인 나의 미래는 알 수 없다면, 어떤 기분일까?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감독 미키 다카히로, 이하 ‘나는 내일’)는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한 판타지 영화다. 노인의 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다가 아기가 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와는 또 다른 차원의 상상력이다. 신선하다 싶으면서도 영화를 보는 동안 종종 현실의 논리에 기반한 질문들이 공백을 파고든다. 그러나 대개의 판타지물이 그래왔던 것처럼 ‘나는 내일’도 이에 유연하게 대응한다. 이 영화 안에서는 이 영화만의 법칙이 존재하며,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그러니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이야기를 따라 오라고. 여기서 ‘이야기’는 ‘감정선’ 혹은 ‘정서’라는 단어와도 교체가능하다. 과잉된 정서를 기반으로 한 멜로드라마의 특성이 판타지의 맞은편에서 한 축을 이루며 서사를 이끌어간다.


미키 다카히로 감독의 新타임 판타지 로맨스 영화
후쿠시 소우타-고마쓰 나나 상큼 매력 스크린 가득



‘다카토시’(후쿠시 소우타)는 지하철에서 ‘에미’(고마쓰 나나)를 보고 자석에 끌리듯 다가가 고백한다. 이후 두 사람은 연인이 되어 매일 데이트를 하지만, 눈물이 많은 에미에게는 뭔가 비밀이 있는 듯하다. 어느 날, 에미는 다카토시에게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정 반대방향의 시간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그들이 함께 했던 (그의) 과거에 대해 그녀는 전혀 알지 못하는 대신, (그의) 미래에 일어날 일들만 겪어왔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추억이 그녀에게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데이트가 기록된 수첩에만 의지해 연인을 연기하는 것 같은 에미 때문에, 다카토시는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다카토시는 결국 그녀와 ‘오늘’이라는 시간을 공유하는데 만족하며, 현재에 충실하기로 한다. 비록 이별이 정해져 있더라도 지금, 서로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사랑이라는 주제가 일종의 운명론 위로 깔리면서, 둘은 정확히 그런 방식으로 그들의 사랑을 입증해간다.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강하고 순수한 스무 살의 열병 앞에 어떤 이성과 논리가 개입될 수 있을까. 후쿠시 소우타와 고마쓰 나나의 상큼한 매력이 판타지의 빈 부분들을 채워나가며 관객들을 이야기 안으로 견인한다. 누구나 늘 즐기는 장르는 아닐지라도, 매년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에 한 번쯤은 그리워지는 사랑이야기다. (장르: 판타지, 로맨스,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0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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