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누굴 위한 보수통합인가

  • 조정래
  • |
  • 입력 2017-10-13   |  발행일 2017-10-13 제23면   |  수정 2017-10-13
[조정래 칼럼] 누굴 위한 보수통합인가

보수통합이 대뜸 정가의 화두로 떠올랐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정당이 전대를 하게 되면 (보수분열이) 고착화된다"며 “바른정당 전대 이전에 형식에 구애되지 말고 보수대통합을 할 수 있는 길을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공식적으로 시작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당 대 당 통합이든 흡수통합이든 어떠한 방식으로든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보수통합이 야권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11월 바른정당 전당대회 이전’이란 구체적인 통합 시간표를 받아들게 된 바른정당은 일순 두 진영으로 쪼개졌다. 통합론자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화답을 하고 나섰고, 자강론자들은 홍 대표의 통합카드를 분열책동이자 꼼수로 폄훼하며 즉각 반발했다. 바른정당의 최대 주주라 할 수 있는 김무성 의원 역시 막후 채널을 통한 통합논의의 주역을 자처하며 ‘11·13 전대’ 이전에 어느 정도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당 대 당 통합 방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탈당을 불사하겠다는 통합파 의원들로서는 당을 깨고 나간다는 비판과 부담을 벗고 개인 또는 단체로 홀가분하게 결단을 내릴 빌미를 갖게 됐다.

한국당과 홍 대표가 내민 통합카드는 어느 모로 보나 정치적 합리성과 대중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명분도 없고 실리를 기대하기도 힘들다는 말이다. 당장 한국당이 체중을 불리고 머릿수를 늘릴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 득 보고 뒤로 손해 보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스럽고 의심스럽다. 최근의 한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60%가 두 당의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보수통합은 문재인 정권의 독주저지, 안보위기에 대한 효과적 대응 등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통합론자들은 표방하고 나선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분리돼 있어서 오히려 더 강한 야당으로서 선명성을 경쟁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판국에 이 무슨 얼토당토않은 얘기인지, 차라리 지방선거를 앞두고 손에 손잡고 ‘같이, 함께’ 재미를 좀 보자고 하면 솔직하기나 하지. 궁색한 핑곗거리다.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의 정치적 속셈과 저의도 너무나 속 보인다. 보수혁신의 기치로 바른정당에 합류했을 그들이 ‘당의 간판만 박근혜에서 홍준표로 바뀌었다’는 비판을 받는 바로 그 한국당에 왜 다시 들어가려는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특히 대구·경북을 포함한 영남권 의원들의 몸이 달았는데, 목하 한국당에 내년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몰리니 앞으로 수족처럼 부릴 시장, 군수, 시의원, 도의원 만들어내자면 바른정당 깃발로는 ‘힘들다, 큰일 났다’는 판단 아래 호시탐탐 돌아가 안주할 틈새가 없나 찾고 궁리만 하고 있었던 거다. 철새의 비상은 기득권 보수웰빙 정치인의 전매특허 기술이다. 전원책 변호사는 ‘썰전’에서 지난 대선 전 바른정당을 탈당해 한국당에 입당한 김성태·김재경·장제원·권성동 등 13명의 의원에 대해 ‘살면서 이런 치사한 철새는 처음’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유승민 의원은 바른정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낡고 부패한 보수’가 싫어서 새누리당을 탈당했는데 ‘당명 외에는 바뀐 게 없는 한국당과 무슨 대의명분으로 다시 합칠 수 있는가’라고 일갈했다. 혁신을 하겠다고 당을 만들었으면 최소한 국민 유권자의 심판을 단 한 번만이라도 받아 볼 생각을 먼저 하는 게 정한 이치 아닌가. 그런 연후 표심이 아니라고 하면 합당을 하든 해산을 하든 하는 게 순리일 터.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보수대통합은 고사하고 소통합에도 못 미치는 기득권 보수의 선거용 ‘소야합’에 불과하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인위적 통합은 정치적 다양성을 골자로 하는 다당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시대착오적 역행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특히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허물고 영남권 일당의 독과점을 원천 차단할 새로운 모델로 키워나가야 할 다당제라면 야권은 적대적 공생관계를 온존하게 해 온 거대 양당제의 틀을 과감하게 깨고 정치적 다양성을 지속가능하게 구현할 선거구제 개편, 즉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중·대 선거구제로 전환하는 일에 주력하는 게 시대적 대의다. 작금 보수 일각의 통합론이 과연 누구를 위한 논리인지 묻고 또 묻지 않을 수 없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