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경북대의 봄’은 아직 저 멀리에 있다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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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2   |  발행일 2017-10-12 제31면   |  수정 2017-10-12
[영남타워] ‘경북대의 봄’은 아직 저 멀리에 있다

다가오는 10월20일. 경북대 현(現) 총장이 임명된 지 꼭 1년째 되는 날이다. 교육부가 2년2개월을 끌다 1순위가 아닌 2순위 후보를 총장에 앉힌 날이다.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핵심은 ‘1순위 후보자 배척(거부)의 실체적 진실’. 대학 내 뜻있는 구성원들은 진실 규명을 위해 대통령·교육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분루를 삼켜야 했던 1순위 김사열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유도 밝히지 않고 순위를 바꿔 임용한 것은 부당한 권한행사라는 판단에서다. 권력에 의해 훼손된 대학 자율성을 되찾기 위한 목소리는 여전히 경북대 캠퍼스를 울리고 있다.

이른바 ‘국립대 총장 임용 농단 사태’. 문재인정부만큼은 단호히 짚고 넘어갈 줄 알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나. 출범 다섯 달이 지나도록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지난 5월 교육부 초고위직에 임명된 A씨. 그가 2014년 교육부 인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임을 최근 한 취재원이 새롭게 확인해줬다. 그 인사위에서 국립대 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용제청 거부가 결정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A씨 인사는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난센스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언행도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지난 정부 적폐를 반드시 해소하고, 대학 자율성을 회복시키겠다” 당초 일성(一聲)이다. 말 뿐인 것 같다. 얼마 전 그의 말에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배척된 국립대 총장 1순위 후보에 대한 상고·항소를 취하하지 않겠다고 했다. 철회할 상황이 아니라는 게 그 이유였다. 옹색한 변명이다. 저의가 의심스럽다. 이러니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부는 그대로라는 말이 나온다. 또 정권이 바뀐 뒤에도 교육부는 인사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보여 줄 수 없다고 한다. 미워도 내 식구니까 감싸주고 싶은 것인가.

박근혜정부에서 ‘눈 감고 귀 막고’ 부역한 교육부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를 위한 첫 과제는 ‘교육부 인사위원회 회의록 공개’다. 회의록은 총장임용 농단의 유력한 증거다. 후보자 적격 여부를 정권 입맛대로 처리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다. 아울러 당시 인사위원회에 참여한 교육부 공무원들의 진실한 고백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교육부가 제살을 도려내는 자기 반성을 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교육부가 최근 내놓은 ‘국립대 총장 임용제도 개선안’도 총장임용 농단의 진실규명이 선행되지 않고선 무의미하다. 이참에 태스크포스를 꾸려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자세로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백서(白書)를 내야함도 물론이다.

“적폐청산은 권력기관 등 모든 분야에 누적돼 온 관행을 혁신해 정의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청와대 회의에서 한 얘기다. 근데, 국립대 총장 임용 농단 실체는 왜 밝히지 않고 있나. 진상조사가 진행 중인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적폐고, 총장사태는 적폐 축에도 끼지 못한다는 말인가.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다. “이미 다 끝난 일, 자꾸 말해봤자 무슨 소용 있느냐”고. 하지만 총장 임용 농단 진실 규명은, 적어도 경북대에 있어서 눈앞의 대학재정지원사업보다도 훨씬 가치있는 일이다. 두 번 다시 권력에 의해 대학 자율성이 훼손되지 않기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경북대 총장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엄연한 ‘경북대 제일(第一) 이슈’다. 더 늦기 전에 진실이 밝혀지고 농단세력에 대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 교육부는 믿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진정한 ‘경북대의 봄’은 대통령의 관심과 의지에 달렸다.

이창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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