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경북도 청년정책

  •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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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2   |  발행일 2017-10-12 제30면   |  수정 2017-10-12
[취재수첩] 경북도 청년정책

“결혼 안 할 거야, 결혼 따윈 안 해.” “반 월세 사는 집안의 장남이라, 희망이 없어. 결혼 안 해.” “자식에게 나 같은 가난을 되물림하기 싫어서 결혼 안 해.” “네가 원하는 아파트에 살 수 없어서 결혼 안 해. 평생 결혼 안 해….”

공중파 주말드라마에서 흙수저 집안의 장남이자, N포 세대 대표주자 역할을 맡은 남자 연기자가 4년 동안 만나 온 여성에게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고하는 대목이다. 최근 기자는 출산율 저하와 인구급감으로 소멸 위기에 내몰린 농촌지자체에 청년유입은 절체절명의 과제(영남일보 10월11일자 13면 보도)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얼마전 시청한 주말드라마의 대사가 오버랩(overlap) 됐다.

우리나라가 유사 이래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인구 감소 문제는 생산 가능인구의 축소와 국가경제의 약화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구의 수도권 쏠림, 즉 인(in)서울 바람은 고향을 떠난 이에게도 남은 이에게도 힘겨운 게 사실이다. 사람들이 떠나 인구가 줄어든 지방은 사회 인프라 축소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존속까지 위협받고 있다. 농촌의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단순한 인구학적 통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소멸의 전조라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지적이라 충격여파가 더 크다.

그렇다고 마냥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눈을 돌려보자.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에 따른 농촌공동화를 경험한 일본은 청년과 농촌의 결합을 통해 일자리 문제와 농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성공 사례가 있다.

시마네현의 작은 마을 오난정이다. 2010년 인구가 1만2천명에 고령자 비율이 40% 넘는 농촌소멸의 대표적 마을이 지금은 20~30대 인구가 늘고 있는 대표적 마을로 탈바꿈했다. 2011년부터 도시청년의 귀촌을 위해 ‘일본에서 가장 아기 키우기 좋은 마을’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다양한 청년유인정책을 펴고 있다.

또 마을 특산물인 소·쌀·정종을 활용한 지역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가 하면 특산물 관련 인재육성책도 추진했다. 싱글맘을 끌어들이기 위해 아동의료비를 무료로 제공하고, 보육료까지 없앴다. 정책이 주효한 사례다.

인구감소·농촌소멸과 관련해 가장 절박한 경북도도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올 하반기부터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를 시작했다. 해마다 100명을 선발해 2030년까지 도시청년 2천300여명을 농촌으로 유인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농촌으로 온 청년에게 3년간 사업비와 정착지원금 3천만원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이미 청춘 게스트하우스나 견훤 아트상품개발사업 등 창업아이디어를 갖춘 도시청년 10명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도는 현재 입법예고 중인 ‘경북도 청년기본조례’를 연내 제정해 일본의 청년유입정책처럼 국책사업화한다는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처럼 청년이 지역에 머물도록 일자리를 만들고 마을공동체를 복원해 청년이 찾아오는 경북을 만들겠다는 김관용 도지사의 ‘청년정책’을 기대해 본다.

장석원기자<경북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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