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수반, 독립선언절차 중단 제안…"스페인과 대화 용의"

  • 입력 2017-10-11 10:15  |  수정 2017-10-11 10:15  |  발행일 2017-10-11 제1면
"투표 통해 독립공화국 선포 권한 위임 받았지만, 대화로 갈등 풀고 싶어"
스페인 정부 "암묵적인 독립선언 수용할 수 없다"…협상 국면 열릴지 주목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해 중앙정부와 심각한 갈등을 빚어온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독립 절차의 잠정중단을 의회에 제안했다.
 카탈루냐가 강경하게 분리독립 불가를 고수하는 스페인을 상대로 '일단 후퇴'를선언한 뒤 협상을 통해 자치권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10일(현지시간) 저녁 자치의회 연설에서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나는 카탈루냐 독립 공화국을 선포할 권한을 위임받았다"면서 투표 결과에 따라 독립선언 요건이 충족됐음을 공식 발표했다.


 앞서 지난 1일 진행된 주민투표에서는 43%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해 90.18%가 독립에 찬성했다고 자치정부가 공식 집계했으나, 스페인 정부는 애초에 주민투표 자체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투표의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푸지데몬 수반은 이어 카탈루냐와 스페인 간의 갈등 해소와 관계 재정립을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면서 의회에 독립 선언절차를 몇 주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지난 몇 년간 스페인과 카탈루냐의 관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더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우리는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푸지데몬 수반은 스페인-카탈루냐 갈등의 해소를 위해 국제사회가 중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스페인을 상대로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고 미치지도 않았다. 우리는 단지 투표를 원했다"면서 "모든 이들이 책임있게 행동한다면 갈등은 평화롭게 합의의 방식에 따라 해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푸지데몬 수반의 이런 연설 내용은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국이 될 자격을 얻었음을 대내외에 알리는 한편, 대신 높아진 협상력을 바탕으로 스페인 정부를 상대로 자치권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이중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카탈루냐 자치의회의 이날 연설에서 푸지데몬 수반이 대내외에 카탈루냐의 독립을 선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주말 사이 상징적 수준에서 독립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선에서 카탈루냐가 스페인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졌다.
 푸지데몬 수반이 지난주 초까지 '분리독립 찬성 의견이 승리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면 48시간 이내에 독립을 선포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것을 고려하면 스페인에대한 일종의 '투항'으로 볼 수도 있다.


 그동안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정부가 일방적으로 분리독립을 선언할 경우 헌법 155조를 발동해 자치권 몰수와 지방정부 해산 등 초강경책을 쓸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


 헌법 155조는 중앙정부가 헌법을 위반하는 '불복종' 자치정부를 상대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양측이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이날 '독립선언 잠정중단' 제안으로 새로운 국면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는 일단 연설 내용에 대해 즉각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페인 정부 대변인은 "암묵적으로 사실상 독립선언을 한 뒤에 곧바로 이에 대한 중단을 요구한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스페인 정부의 다른 고위 관리도 익명을 전제로 AP통신에 "스페인은 불법적인 주민투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카탈루냐의 암묵적인 독립선언 역시 수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푸지데몬 수반의 연설은 예정된 오후 6시를 20여 분 앞두고 1시간 연기돼 막판까지 내용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자치정부의 한 관계자는 AFP통신에 국제사회의 중재를 타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스페인 정부는 즉각 외부 중재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며 부인했다.


 이날 카탈루냐 자치의회 건물 바깥에는 혹시 있을지 모를 분리독립 찬성파와 반대파 간의 충돌에 대비해 경찰력이 대거 투입돼 긴장 속에 연설이 진행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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