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혼추족

  • 허석윤
  • |
  • 입력 2017-10-10   |  발행일 2017-10-10 제31면   |  수정 2017-10-10

이번 추석 연휴가 역대 가장 길었던 만큼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너무 오래 쉬다 보니 생체리듬이 흐트러져 심신이 더욱 피곤하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장시간 이동과 가사노동, 스트레스를 참으며 ‘고난의 주간’을 보내야 했던 주부들의 후유증이 심했을 것이다. 실제로 추석 연휴를 전후해 한방병원을 찾는 울화병 환자가 연중 가장 많고, 이들 중 80%가 여성이라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 ‘명절 증후군(症候群)’에서 자유로운 사람도 크게 늘고 있다. 이번 추석에도 황금연휴를 홀로 보낸 이른바 ‘혼추족’이 많았다고 한다. 정확한 조사 자료가 없어 그 수를 가늠키 힘들지만, 혼추족을 겨냥한 각종 먹거리와 주류, 호텔 패키지 상품 등이 불티나게 팔렸다니 달라진 명절 풍속도를 실감할 수 있다. 혼추족 중에는 명절을 혼자만의 여가시간으로 활용하는 ‘욜로족’도 있겠지만, 취업이나 결혼을 못 해 고향에 갈 수 없는 비자발적 혼추족이 더 많을 듯 싶다.

혼추족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 같다. 이는 무엇보다 싱글족의 증가와 직결돼 있음은 물론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는 2010년 422만 가구(23.9%)에서 지난해 540만 가구(27.9%)로 늘었고, 2045년에는 809만 가구(36.3%)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미 가장 많은 가구 형태가 된 1인 가구가 앞으로 더욱 대세가 된다는 말인데, 중국과 일본 등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세계적인 추세라는 생각도 든다.

1인 가구가 보편화되면서 혼밥·혼술·혼영족은 이제 친숙한 단어가 됐으며,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족), 알봉족(낱개 포장된 식료품 애용족) 등의 신조어도 낯설지 않다. 올해는 특히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인 ‘1코노미(1conomy)’란 말까지 유행하고 있으니 가히 싱글족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하지만 혼자 사는 게 아무리 편해도 외로움과 소외감이 문제가 될 것이다. 앞으로 가족 로봇이나 친구·애인 로봇이 그 역할을 대신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는 싱글족이 우리의 삶과 가치관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궁금하다. 허석윤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