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홍준표’가 모르는 것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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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0   |  발행일 2017-10-10 제30면   |  수정 2017-10-10
내리꽂기 공천 밀어붙이고
결과 책임지겠다는 홍 대표
예측불능 독설들 경계해야
약자에게 몰리는 동정표를
간과할수 없음을 그도 알것
[화요진단] ‘홍준표’가 모르는 것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긴 추석 연휴를 끝낸 여의도 정치권이 ‘선거 정국’으로 급전환되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13개월 만인 내년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의 결과는 향후 정국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각 정당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일단 집권 여당의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특히 현재 국정 수행 지지율이 60%를 상회하고 있어 내부적으로는 자신감도 팽배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선거를 통한 ‘중간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신발끈을 한층 동여매고 있다.

주된 관심은 보수진영에 ‘매우 불리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을 자유한국당이 깰 수 있을 것인가다.

한국당은 홍준표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일찌감치 지방선거 전략을 짜고 라인업을 구축하는 중이다. 일단은 크게 투 트랙. 한편으로는 바른정당과의 보수통합을 위한 물밑 접촉이고, 다른 한편은 인재영입을 위한 내부 전열 정비다.

이를 위해 우선 보수분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 큰형·좌장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자진탈당을 추진하는 가운데 당 핵심관계자들이 바른정당 측과 다각적으로 접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당내 친박계 의원들의 조직적 반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당 구성원들이 지방선거 실패에 대한 불안감을 공유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보수통합이 이뤄지면 한국당은 전국의 시·도당을 연말까지 정비할 계획이다. ‘조직’이 중요한 지방선거에서 시·도당의 당협위원장 자리를 놓고 생기는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현역 의원을 당협위원장에 앉히는 방법도 강구 중이다.

지방선거 승패의 핵심인 인재수혈을 위해서는 당에서 내리꽂는 ‘전략공천’을 확대하기로 했다.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역 지자체장들이 ‘세 대결’로 나서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대구·경북과 같은 텃밭에는 3선으로 현역 자치단체장이 물러나는 지역 등을 중심으로 과감한 전략 공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만만찮은 반발이 예상돼 최종 공천까지 가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TK도 안전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선거 전망이 비관적인 상황에서 ‘책임 공천’ 하고 결과에 책임지겠다는 홍준표 대표의 결기를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홍준표 리스크’에 대한 고려는 있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보여온 홍 대표의 예측불능의 아슬아슬한 독설화법은 선거판에서 부메랑이 되어 자당을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의 유세과정에서 나온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의 엄청난 파장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직도 많다. 또 다른 측면은 홍 대표의 이른바 ‘독고다이’에 대한 너무 강한 자부심이다. ‘빽 없고 줄 없이’ 혼자 올라섰다는 것을 홍보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나가면 ‘제멋대로’ 혹은 ‘오만한’이라는 의구심을 낳는다.

역대 선거에서 보건데 우리 유권자들은 강자의 횡포에 준엄한 칼을 들이댔다. 그리고 정치인들의 겸손을 높이 사 왔다. 그 예는 많다.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18대 총선을 앞두고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공천 심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친박 계열 인사를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켰다. 그런데 유권자들은 이에 반발해 당을 뛰쳐나온 ‘친박 연대’에 표를 몰아주었다. 그리고 ‘셀프공천’한 이방호 총장은 텃밭에서 떨어졌다. 또 선거여왕으로 불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 ‘붕대 투혼’ ‘커터칼 테러’ 등으로 표현되는 낮은 자세로 표몰이에 나서 당을 살렸다. 그러나 ‘박근혜’에게서 ‘권력자’의 냄새가 났을 때 유권자들은 그의 곁을 떠났다. 약자에게 몰리는‘동정표’를 간과할 수 없음을 20여년 정치경력의 홍 대표도 모르지는 않을 것을….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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