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긴 연휴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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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0 08:07  |  수정 2017-10-10 08:07  |  발행일 2017-10-10 제25면
[문화산책] 긴 연휴와 가족
정수경<성서공동체 FM 대표>

추석을 포함한 긴 연휴였습니다. “조상에게 땅을 물려받은 후손들은 해외여행 가고요. 조상에게 물려받은 땅이 없는 자손들은 차례 지내러 고향 갔다가 올라오는 고속도로 차 안에서 부인과 싸운다네요.” 추석 연휴 동안 SNS에 떠돈 이야기입니다. 조상 음덕도 이제는 돈으로 환산하고 있는 듯하여 씁쓸했습니다. 저도 고향에 홀로 계신 모친을 뵈러 갔다 왔습니다.

우리집 형제들은 추석 뒤에 남아 있는 긴 휴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도리어 지난 명절 때보다 훨씬 빠르게 고향집을 왔다가 떠나갔습니다. 그렇게 빠져나가고 모친과 저는 우두커니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뉴스에서 독거노인의 외로운 추석 나기가 화면에 소개됩니다. 모친과 저는 아무말이 없습니다. 그저 TV를 보면서 화면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화면은 최근 1인 가구를 지칭하는 ‘혼밥’ ‘혼술’을 넘어 1인 가구를 위한 과일을 포장해서 파는 마켓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수박도 1인 가구를 위해 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열매처럼 주렁주렁 달려있습니다. 또 다른 뉴스는 2030년에 젊은 인구 유입이 없어 사라지는 도시가 있다는 뉴스였습니다.

이 세 가지 뉴스는 소재는 다르지만 한 가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바로 가족의 해체입니다. 이제상은 책 ‘가족의 실패’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1960년대 이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압축성장’을 달성하는 동안 가족은 ‘압축된 변화’를 겪었다. 최근에는 1.3 이하의 초저출산율의 지속, 이혼율의 급증, 1인 가족의 확산 그리고 급속한 고령화 추세 등 전대미문의 길을 겪고 있다. 이런 가족을 두고 ‘가족의 실패’라고 명명한다. 넓은 의미로 언론에 회자되는 ‘가족의 붕괴’ ‘가족의 해체’와 같은 가족의 극심한 변화상을 말한다”라고.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가족공동체의 붕괴, 해체를 표현하는 여러 가지 사회현상은 차고 넘칩니다. 극단적인 범죄에 이르기까지. 추석 연휴 동안 TV 뉴스를 보면서, 빠르게 빠져나간 형제들을 보면서 가족이란 굳이 피를 나눠야 될까 이런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외로움을 달래고 서로 기댈 수 있는 타인들이 모여 대안 가족을 이루고 사는 것도 좋은 방안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추석날 TV에서 타인들이 만나 가족을 이루고 사는 걸 그린 ‘정마담의 마지막 일주일’이라는 단막극의 감동은 훨씬 크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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