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자고 울거나 잘 놀라는 아이 약재·침으로 안정 효과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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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0 08:08  |  수정 2017-10-10 08:08  |  발행일 2017-10-10 제21면
[최재영 원장의 한의학 레터] 소아 경증
20171010

동네마다 바늘로 따는 할머니가 계셨다. 아기들이 잠을 안 자고 운다거나 배가 아프다고 하면 그 할머니한테 가서 바늘로 피를 냈다. 할머니에겐 의학적 지식은 없지만 신기하게도 따고 나면 아이들은 나았다. 그때 할머니들은 어떻게 아픈 아이를 치료했던 것일까.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한의학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포태(胞胎)로 이해한다. 포태란 자궁을 의미하는데 우린 공간이라는 하늘적 자궁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머니의 자궁 역시 또 하나의 세계로 본다. 자궁이란 세계에서 나오는 것과 죽을 때 육신을 벗는 것, 이렇게 두 번의 허물을 벗기에 삼생(三生)을 산다고 한다. 자궁 안의 아기에게는 그 자궁 안이 세상이며 신체 역시 자궁에 맞게 이뤄져 있는데, 태어남에 자신을 싸고 있는 첫째 허물을 벗고 두번째 세상을 접한다. 죽음이란 단지 두 번째 세상에 조화되어 있는 허물을 벗는 것이며, 자궁 속의 아기가 밖의 세상을 도저히 짐작할 수 없듯이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세 번째 삶으로의 여정을 떠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아기의 태어남은 자궁 속이라는 움직이면 압박이 느껴지는 작은 세상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한 공간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엄청난 공간적 충격을 가져오기에 아기는 놀랄 수밖에 없다. 이를 최대한 막기 위해 포대기로 감싸서 자궁 안에서 느껴지는 압박과 비슷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온 몸을 감싸고 손과 발도 싸준 후 익숙해질 때까지 천천히 풀어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기는 驚(놀랄 경)을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커가면서 강해짐에 따라 극복하게 된다.


자궁밖 세상 만난 후 ‘공간적 충격’
달라진 환경 이겨내면 면역력 증대
극복 잘 못할땐 부정적 감정 나타나
긴장감·떨림 증상…심적 불안 커져



하지만 驚(경)을 극복할 정도로 충분히 강해지지 못하게 되면 부정적인 감정 중 하나가 나타나게 된다. 그것이 怯(겁낼 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겁이 많고 잘 놀란다고 자신의 성격을 이야기하지만, 怯(겁)은 마음의 중심이 약해져 있음을 말하며 감정이 치우치기 쉽다는 것을 나타낸다. 한의학에서는 驚(경)이 지속되면 癎(긴축할 간)이 되고, 癎(간)이 지속됨에 癲(떨릴 전)이 나타난다고 했다. 驚(경)이 있음에 긴장하게 되고, 그 긴장이 지속됨에 강직되며, 강직이 유지됨에 떨림이 나타나는 것이다.

아기는 약하기에 자주 아플 수밖에 없지만 아픈 것을 이겨내면서 점점 면역력을 가지며 강해진다. 그러나 잘 이겨내지 못하고 회복되지 못할 때 심인성적으로 안정치 못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른과 달리 아기에겐 여러 가지 감정이 아닌 驚(경)이 병인적인 감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잠을 안자고 자꾸 운다거나 음식을 잘 먹지 못하고 소화가 안된다거나 자주 배가 아프다거나 할 때, 어른들의 경우 스트레스를 생각할 수 있지만 아기에겐 驚(경)이 되는 것이다.

驚(경)은 아기가 자라나면서 극복하는 것이지만, 심할 경우 상황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해줘야 되며 여기에 대한 치료적 방법들이 한의학에서는 약재라던가 침자법 등으로 다양하게 내려오고 있다. 아기에게 한약을 먹이거나 침을 맞게 하는 것을 겁내어 그냥 밤에 우는 아기를 달래며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료받고 바로 안정되는 것에 놀라는 아기 엄마가 많을 정도로 효과 역시 즉시적인 경우가 많다.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환경이다. 驚(경)을 이겨내고 강한 아이로 커가는 것에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 別離(별리)다. 별리란 부모에게서 벗어나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동물은 자신의 새끼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 새끼가 스스로 설 수 있게 어느 순간 자신과 떨군다. 그 시점에서 떠나지 못하면 새끼는 혼자 사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 추리소설을 예로 들고자 한다. 내용인즉 바람난 아내가 내연남과 같이 죽고난 뒤 아내의 숨겨진 아이를 한 남자가 맡게 된다. 그 아이를 미워할 것이라는 주위의 생각과 달리 재력가였던 남자는 그 아이를 온갖 정성을 다해 키운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최고급으로 해주는 등 남부러울 것 없는 귀공자로 키웠다.

세월이 흘러 아이는 최고의 엘리트로서 어른이 되고, 남자는 나이가 들어 죽으면서 어른이 된 아이에게 자신의 모든 재산과 사업을 물러준다. 하지만 일년 후 갑자기 사업이 도산하게 되며 어른이 된 아이는 그 좌절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다. 한 기자가 이를 추적하는데, 알고 보니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모든 것은 계획적이었고 아이를 자살로 이르게 하기위한 30년에 걸친 그 남자의 복수극이었던 것이다.

부모의 사랑은 하늘의 사랑을 닮아야 된다고 한다. 하늘 아래에서 태어나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하늘의 사랑을 仁愛之心(인애지심)이라고 경학에서는 표현한다. 이는 맹목적인 사랑이 아니라 快(쾌), 速(속), 峻(준), 嚴(엄), 決(결), 斷(단)이라는 6개의 글자로 나타낸다. 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사랑에 반드시 담겨야 할 것이 있다면 이 6글자가 아닐까 깊이 생각해본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최재영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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