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음식 속에 문화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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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09 07:38  |  수정 2017-10-09 07:38  |  발행일 2017-10-09 제22면
[문화산책] 음식 속에 문화가 보인다
이도현<화가>

‘밥이 약보다 낫다’는 말처럼 우리는 ‘밥심’의 위력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밥과 최고의 궁합을 이루는 김치에는 한국인의 문화와 역사, 철학 등 인문학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래서 이향이객(異鄕異客)을 자처한 한국인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음식도 김치다.

필자가 머무르는 독일은 프랑스를 비롯하여 덴마크, 폴란드, 스위스 등 동서남북으로 9개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독일 음식이 다양한 나라의 음식문화를 흡수하여 다채롭게 발달했을 것 같지만, 실제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비해 매우 소박하고 서민적이다. 특히나 무엇이든지 견고하고 단순하게 만드는 그들의 국민성은 조리과정을 단순화시키고, 혀끝을 만족시키기보다는 건강에 좋은 합리적인 음식으로 발달하였다. 그래서 독일인의 대표적 주식인 돼지고기와 감자 그리고 곡물 빵은 주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발전해 왔을 뿐만 아니라 독일의 시대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다. 또 빵과 최고의 궁합을 이루는 소시지는 돼지의 어느 한 부위도 버리지 않고 알뜰히 이용하기 때문에 독일인의 근검·절약정신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독일에도 우리나라의 ‘밥심’처럼 ‘빵심’이 있다. 그래서 “아침 시간은 입에 빵과 금을 가져다 준다”는 독일교훈처럼 빵에 관한 관용구가 우리나라 밥에 관한 속담만큼 많다. 환경적으로 척박한 독일은 부족한 먹거리를 대신해 밀과 호밀의 다양한 조합방식으로 300여 가지의 빵이 발달해 왔고 독일 전역에서 아침마다 구워져 나오는 패스트리 종류가 1천200여 가지나 된다.

독일 음식은 우리나라와 닮은 구석이 많다. 우리나라 돼지족발과 유사한 ‘슈바인학센’을 비롯하여 양배추를 잘게 썰어 소금에 절여 만든 독일의 김치격인 ‘사우어그라우트’는 김치가 그리운 한국 유학생에게 그 맛을 대신해주는 고마운 음식이기도 하다.

물론 독일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독일빵처럼 매우 딱딱하다고 느껴졌다. 왜 아니겠는가. 달콤하고 화려한 한국빵과 달리 시큼한 냄새와 함께 검고 투박한 이들의 빵이 주는 인상은 선입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맛에 익숙해지면 그 충실하고 단백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독일인과 마음을 열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친해지면 매우 친절하고 우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독일빵처럼 그들의 근면 성실한 내면이야 말로 전쟁 이후 피폐해진 독일을 지금의 경제 대국으로 일으켜 세운 저력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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