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송이 재배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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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02   |  발행일 2017-10-02 제31면   |  수정 2017-10-02

주말에 송이 산행을 했다. 지인 4명과 함께 송이가 난다는 산을 올랐다. 송이는 보호색을 띠고 있어서 문외한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송이 채취에 숙달된 사람들은 버섯이 표면으로 나오기 전에 따기 때문에 일반인이 송이를 구경할 확률은 더 떨어진다. 그들은 송이가 밖으로 드러나기 전부터 알아본다. 땅에서 자라기 시작한 송이가 낙엽층을 슬쩍 들어 올리며 나오고 있는 것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이때 채취하는 것이 소위 1등품이 된다. 낙엽층을 뚫고 올라와 갓이 벌어지면 품질에서 저평가를 받는다. 향은 그대로인 것 같지만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난다.

송이가 자라서 낙엽층을 봉긋하게 들어 올려도 그 앞에서 필자와 같은 초짜는 소경이나 진배없다. 그런 송이는 밟고 지나가도 모를 정도다. 이날은 동행 중 2명이 제법 버섯을 아는 사람이어서 기대를 하고 따라갔다. 그러나 입산 후 얼마 안 돼 이들의 입에서 실망스러운 말이 나왔다. “버섯이 아예 없네. 송이가 있으려면 잡버섯이 많아야 하는데, 너무 가물어서 버섯이 자랄 조건이 영 안 되는 가봐.” 30분쯤 지나서 일단의 버섯 베테랑들과 마주쳤다. 버섯을 따는 데는 선수인 그들은 새벽 네댓시쯤에 산에 올랐을 터였다. 그들조차 “버섯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손에는 빈 자루를 들고 있었다.

지난달 중순 산림청 소속 산림과학원에서 송이를 인공재배하는 데 성공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송이의 인공재배를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것은 매우 놀랄 만한 소식이다. 그러나 이것이 인공재배에 완전히 성공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기술은 송이가 났던 곳에 소나무 묘목을 심어 송이 균을 감염시킨 뒤 다시 이 소나무를 이식하여 그곳에서 송이가 나오게 하는 소위 ‘송이 감염 묘’ 방법이다. 표고버섯이나 양송이처럼 포자(胞子) 단계부터 버섯까지 완벽하게 인공으로 조작하는 재배는 아니다.

올해는 송이가 흉년이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든 봉화의 송이 축제도 송이 흉년 때문에 준비에 애를 먹었다. 추석을 앞둔 요즘 송이 1등품은 ㎏에 100만원이 넘을 정도로 고가다. 송이의 인공재배가 성공하여 상품 생산이 실현된다면 서민들도 훨씬 싼값에 향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송이 소비의 일반화를 크게 앞당긴 산림과학원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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