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북·미, 말 폭탄의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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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7   |  발행일 2017-09-27 제31면   |  수정 2017-09-27
[영남시론] 북·미, 말 폭탄의 비용

최근 동북아 정세가 한층 위태로워 보인다. 그 시발점은 북한의 무모한 핵실험이다. 미국 본토에 이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전력화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다.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강화하든 말든 북한은 핵무장을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다. 이제는 미국도 북한의 핵 능력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주민들까지 포함하는 ‘완전 파괴(Totally Destroy)’의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이에 대응하는 북한의 말 폭탄도 간단치 않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트럼프를 향해 ‘미치광이’ ‘정신이상자’ 운운하며 미국에 대한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다시 북한 정권을 향해 “그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They won’t be around much longer!)”이라고 압박했다. 양측의 공방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북한 리용호는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명백한 선전포고를 한 이상, 미국의 전략폭격기 등이 비행을 하면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물리적 충돌만 없을 뿐이지 말로만 보면 북·미 간에는 사실상 전쟁 분위기나 다름없다.

물론 지금의 북·미 관계가 실제로 군사적 충돌까지 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어느 쪽도 원하는 방식이 아닐뿐더러 또 어느 쪽도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말로만 끝날 것인지도 확신할 수 없다. 북한과 미국 모두 예측하기 어려운 지도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중간에 있는 한국의 선택이다. 지금 당장이야 미국과 같이 갈 수밖에 없다지만 언제까지 이대로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북·미 간 예측할 수 없는 전쟁위기의 부담을 통째로 한국이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가 이익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마냥 손 놓고 미국만 쳐다볼 수는 없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리스크’로 인해 대규모의 ‘자본 이탈(Capital Flight)’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아직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지만 당장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쳐 그 파장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한 국가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최근 1년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졌다는 뜻이다. 자본 이탈이 현실화되면 금융시장을 흔들고 이는 다시 취약한 실물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부동산에 발목이 잡힌 가계대출은 말 그대로 시한폭탄이 돼 민생경제를 초토화시킬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어려운 내수경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너도나도 쉬쉬하는 분위기지만 관광산업에서만 연간 18조원 이상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에서 철수하는 한국 기업의 손실까지 감안하면 그 피해는 상상도 하기 어렵다. 대신에 우리는 엄청난 방위비용 증가와 함께 미국산 무기 구입 부담까지 떠안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래저래 우리는 북·미 말폭탄과 한반도 위기의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참으로 우리의 처지가 뼈아플 따름이다.

북한의 경제적 피해도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 비용은 북한 주민들의 고혈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국가의 존망을 걸고 핵무기 개발에 나선 북한의 현실을 경제적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본질적이지 않다.

반면에 미국의 손익계산서는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한국에서의 저항은 컸지만 사드 배치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전략자산을 총동원하면서 미국의 군수산업도 활력을 되찾을지 모를 일이다. 앞으로 있을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도 유리해 보인다. 더욱이 ‘최첨단 무기구매 청구서’를 작성해서 한국으로 보낸다면 그것은 그대로 현금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도 ‘미치광이’로 평가되고 있지만 트럼프의 거친 입은 어쩌면 그들에겐 ‘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인가. 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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