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구태 못버린 교육부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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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7   |  발행일 2017-09-27 제30면   |  수정 2017-09-27
교육부, 대입전형료 인하와
국공립대 입학금 폐지 등은
실제 정책효과는 별로 없어
현 장관, 관료에 의존하다가
개혁과제 실종될까 두렵다
[동대구로에서] 구태 못버린 교육부
박종문 교육팀장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입방아에 많이 오른 정부 부처 가운데 교육부도 끼어있었다. 교육부 해체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교육부 업무가 주로 시도교육청·대학을 상대하고 전 국민적 관심사로는 대학입시제도 정도라는 점에서 교육부 자체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핵심적인 이슈부서가 된 것은 다소 아이러니한 측면도 있다. 그런데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야당 처지에서는 집권하면 가장 먼저 손을 봐야 할 부서로 인식됐다. 국립대 총장 임용 문제와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직접적인 이유였다. 지식 그룹을 향해 가해진 일종의 린치인데, 교육부가 그 총대를 메고 앞장섰었다. 그 와중에 ‘민중은 개돼지’라는 교육부 고위관리의 말이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그만큼 당시 교육부는 정권의 홍위병 역할을 충실히 했던 것이다.

아무튼 진보적인 김상곤 장관이 취임하면서 교육계는 교육부가 많이 바뀔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 큰 실망을 하고 있다. 장관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교육부를 비판하는 것이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을지 모르지만, 교육부의 행정 스타일이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 심각해 보인다.

교육부는 새 정부가 들어서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폐기했고, 국립대 총장 선출은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직선제를 유지하면 정부 재정지원사업 심사 때 불이익을 주던 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정부의 대표적 적폐인 만큼 당연한 원상회복 조치였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대입 전형료 인하, 국공립대 입학금 폐지에 이어 지금은 사립대 입학금 폐지를 위해 전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국민이나 수험생, 대학생 처지에서는 혜택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당연히 환영할 일이지, 이게 왜 문제냐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살펴보면 ‘슈퍼 갑 교육부’의 옛 그림자가 선명히 보인다. 입학 전형료 문제가 불거졌을 때 국립이든 사립이든 난색을 표했다. 전형료 자체가 얼마 되지 않는 데다 입학사정관제 등으로 오히려 비용부담은 늘어난 현실에서 인하 여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굳이 내려야 한다면 5% 정도는 가능하다고 봤다.

이때부터 교육부는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대통령 말씀인데 한 25%는 내려야 체면이 설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대학의 저항이 심하자 당근과 채찍을 병행한 끝에 두 자릿수인 15% 인하를 이끌어 냈다. 국공립대 입학금 폐지도 그 과정이 비슷하다. 교육부가 앞으로 국립대에 집중 투자할 계획임을 강조한 만큼 입학금 폐지를 두고 교육부와의 갈등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국공립대가 쉽게 물러선 것이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에 교육부는 사립대 입학금 폐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립대가 난색을 표명하자 드디어 교육부가 칼을 빼들었는데 바로 국가장학금Ⅱ와 연계시키겠다는 것이다. 대학가에서는 국가장학금Ⅱ 유형에 대해 과중한 부담을 호소하며 폐지 등을 주장했는데, 오히려 이를 더 강화하는 셈이다.

과거 정부에서 교육부가 대학 통제 수단으로 활용해 왔던, 국가시책을 따르지 않으면 이를 재정사업과 연계해 대학의 목을 옥죄던 방식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전형료 인하나 입학금 폐지로 대학 재정이 나빠지는 것을 교육부는 다른 재정지원 확대를 통해 해결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으로 결과적으로 실효성이 없는 행정력 낭비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적극적인 것은 단 한 가지, 대통령 공약사항이기 때문이다. 전 정부에서도 그렇듯, 실제 중요한 일은 제쳐두고 정권 위쪽을 바라보며 행정력을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부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새로 부임한 장관의 개혁의지를 무력화시켜 왔다. 현 장관도 교육부의 이런 행정 스타일에 말려든다면 교육개혁은 난망하다. 박종문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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