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문재인 정부’는 달라야 한다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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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5   |  발행일 2017-09-25 제30면   |  수정 2017-09-25
사법부 수장 인준안 놓고
겉으론 감정싸움 벌이고
속에선 정치적거래 흔적
정국현안 딜 관행도 적폐
文정부의 청산 대상돼야
[송국건정치칼럼] ‘문재인 정부’는 달라야 한다

논란의 시발은 사법부 수장의 이념편향성과 초유의 기수 파괴, 관행 파괴였다. 지난주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김명수 대법원장은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보다 사법연수원 13기 후배다. 또 50년 만에 현직 판사(법원장)가 대법관을 건너뛰고 대법원장이 됐다. 현역 대법관 13명 중 9명이 대법원장보다 법조계 선배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이런 파격과 법원내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이끈 경력이 논란거리였다. 당초 여권에선 국회 인준을 낙관했다. 원내의석 40석을 쥐고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는 국민의당을 믿었기 때문이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뿌리가 같은 국민의당이 대법원장 후보자의 이념편향성을 문제삼기는 어려웠다. 여기다 국민의당이 사법부의 다른 한 축인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김이수)를 낙마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연달아 발목을 잡지는 않을 거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엉뚱한 데서 사달이 났다. 김이수 후보자 인준안이 부결된 걸 두고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민의당을 겨냥해 “뗑깡을 놓는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을 싸잡아 “적폐연대”라고 했다. 이에 발끈한 국민의당은 두 사람의 사과가 없으면 대법원장 인준 절차에 응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결국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가 억지성 유감 표명을 했고, 엎드려 절을 받은 국민의당은 이를 명분 삼아 인준 투표에 참여했다. 여기까지는 감정싸움이었다. 이 대목만 해도 삼권분립 체제에서 입법부가 사법부 수장을 인준하면서 기분에 좌우될 수 있느냐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대법원장 후보자의 자질이나 도덕성 검증은 뒷전이고, 입법부 구성원들끼리 사과를 하네 마네 티격태격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감정싸움은 겉으로 드러난 일에 불과했다는 정황들이 나오고 있다. ‘밀실거래’가 있었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표결 직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있었던 국민의당 의원들에 대한 고소·고발 10여건을 취하했다고 한다. 한국당 등 다른 야당은 제외됐다. 국민의당도 민주당 관계자들에 대한 소송들을 취하하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큰 선거가 끝나고 나면 각 정당들끼리 벌였던 소송전을 취하하는 게 관례처럼 돼 있지만 이번엔 사법부 수장 인준과 연계시켜 선별적 취하가 이뤄진 셈이다. 아울러 인준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당은 국민의당이 원하는 권력분산형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추진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처음엔 대법원장의 자질을 논하는 줄 알았다. 그 다음엔 감정싸움으로 번졌구나 했다. 인준안이 통과됐을 땐 국민의당이 또 존재감을 과시했구나 생각했다.

장막 뒤에서 그런 흥정이 오가고 있는 줄 몰랐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문재인정부는 다를 줄 알았다. 사실 과거 정부 같으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여야가 쟁점을 놓고 앞에선 싸우면서도 뒤에서 주고받기식 거래를 하는 건 다반사였다. 전혀 상관없는 법안이나 현안들을 맞바꾸기 예사였다. 심지어 사법적 문제까지도 정치적 교환 카드로 사용된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물론 여권은 대법원장 인준을 둘러싼 거래설을 부인한다. 하지만 처음이 아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동시에 낙마 위기에 몰렸을 때 야당과의 물밑접촉을 통해 조 후보자만 자진사퇴시켰다는 거래설이 있었다. 청산해야 할 적폐는 특정 정권 시절에만 퍼져 있는 게 아니다. 그동안 당연한 것처럼 여겼던 관행도 문재인정부 시각에선 적폐인 일들이 한둘이 아닐 수 있다. 그런 폐단도 같이 정리해 나가야 전임 정권 적폐 청산에도 명분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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