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인물 - 이 세계] 정문길 노당기와 회장

  • 송종욱
  • |
  • 입력 2017-09-23 07:20  |  수정 2017-09-23 07:20  |  발행일 2017-09-23 제8면
전통기와 제조…국내 1호 제작와공 문화재수리기능자
製 作 瓦 工
<이 사람이 사는 세계>
국내 유일 전통기와 가마 보유
아들까지 4대 걸쳐 77년간 종사
연간 15만장 생산해 매출 34억
불국사·백담사 등 주요 사찰
경복궁·청와대 춘추관에도 사용
경주 지진 피해복구에도 팔걷어
[토요인물 - 이 세계] 정문길 노당기와 회장

“기와를 만드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고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정문길 제와장(製瓦匠·기와를 전문으로 만드는 장인)은 불국사 등 전국 주요 사찰과 창덕궁의 보수공사, 개성공단 일주문 건설 등에 ‘노당기와’가 사용돼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제와장은 <주>노당기와 회장(74)으로 3대째 전통한식기와를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이사장직도 맡고 있다. 경주 안강읍 노당리에 위치한 노당기와는 77년간 전통기와를 생산해 국내 주요 사찰과 고택에 공급하고 있으며,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에 수출하고 있다. 그의 아들인 정병태 노당건설 대표(46)는 기와 신축공사와 보수·정비작업을 하고 있다.

◆4대 걸쳐 77년간 전통한식기와 생산

노당기와는 4대째 전통기와를 생산·공급하고 있을 뿐 아니라 건설 및 보수·정비공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정 제와장의 조부 정상갑씨(1952년 작고)는 1940년 기와 만드는 작업을 시작해 1950년 현재의 부지에 기와공장을 설립했다. 부친 정석동씨(1992년 작고)는 1952년부터 가업을 승계했다. 정 제와장은 1967년 3대째 가업을 승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4대째인 정 대표는 전통기와 제조기술을 배워 건설 및 보수·정비를 맡고 있다.

노당기와가 위치한 안강읍 노당리는 신라시대 때 그릇 가마터와 옹기점이 있었던 마을이다. 기와 굽기에 알맞은 점토가 산재해 조선시대 이후 많은 기와공이 배출됐다. 이 때문에 기왓골이라 불리기도 했다. 1930년대 이곳에서는 주로 옹기를 만들었지만, 그 기술이 이어지면서 4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기와를 제작했다. 당시만 해도 10여개의 기와공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 제와장의 노당기와만 남아 있다.

노당기와는 부지 1만6천500㎡에 사무실과 공방이 조성돼 있으며, 직원 30여명이 연간 34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그을림한식기와 등 연간 15만장의 기와를 생산하고 있다. 정 제와장은 1979년 문화재관리국에 노당기와를 등록하고, 자신은 1983년 문화재 수리기능자 제670호(제작와공) 자격증을 취득했다. 수많은 문화재수리기능자가 있지만 제작와공(製作瓦工) 분야에서는 그가 국내 1호다. 노당기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통기와 가마를 보유하고 있다. 1993년 그을림한식기와로 KSF 3510 인증을 취득해 전통한식기와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토요인물 - 이 세계] 정문길 노당기와 회장
22일 경주 안강읍 노당리 노당기와 공방에서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이사장이며 문화재수리기능자 제작와공 1호인 정문길 회장이 암키와 성형작업을 하며 전통문양을 만들고 있다.

◆사찰·궁궐·청와대 기와 공급

기와는 수키와와 암키와로 구분되며, 부속장식 기와로는 암막새, 수막새, 귀면기와, 치미, 용두(龍頭), 망와(望瓦) 등이 있다. 7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도 기계식 기와제작법이 도입되자 노당기와는 차별화에 나섰다. 전통한식기와를 특별 주문받아 제작하기 시작한 것. 노당기와는 200㎏의 무게에도 견딜 수 있도록 강도를 강화했으며, 겨울철 동파 발생이 적고 방수효과도 뛰어난 제품을 만들었다. 또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하도록 제작돼 단열과 통풍효과가 탁월하다. 이 때문에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은 따뜻한 지붕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노당기와는 전통한식기와를 생산해 불국사·기림사 등 경주는 물론 개운사·봉운사·연화사·월정사·백담사·내장사·백양사·금산사 등 전국 주요 사찰의 보수공사 현장에 공급됐다. 창덕궁 보수공사에도 노당기와가 사용됐다. 전국에서 명성을 얻은 노당기와는 이후 경복궁, 청와대 춘추관, 개성공단 일주문(一柱門) 등 수요처를 넓혀 나갔다. 특히 노당기와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파라과이에도 제품을 수출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브랜드가 널리 알려지게 됐다. 정 제와장은 지난해 2월 <사>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해 전통문화 발전에도 앞장서고 있다.

◆9·12지진 피해 복구에 앞장

정 제와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는 지난해 9·12 지진으로 실의에 빠진 경주시민을 돕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와공 130명은 지진 발생 후 사흘간 경주에서 복구작업을 지원했다. 전통기와 600장(1천만원 상당)을 기증하고, 사정경로당·화랑유치원의 기와 피해를 복구했다. 또한 저소득층·유공자 등 10여가구의 기와 피해를 복구해 주민들로부터 칭찬을 받기도 했다. 정 제와장은 “그때는 경주시민을 위해 문화재기능인이 한데 뭉쳤다. 대전과 서울 등 전국에서 모인 숙련 기능인들이 피해를 도왔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1997년 한국문화재보전수리기능인협회장 표창장, 2003년 문화재청장 표창장, 2010년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공로패, 2014년 대한민국문화재기능인상을 받았다. 노당기와는 2013년 경북산업문화유산·경북향토뿌리기업 인증에 이어 2014년 ‘섬유사를 포함하는 소지 및 그 소지를 이용한 기와의 제조방법’으로 특허를 받았다. 정 제와장은 “지난 50년간 전통한식기와를 고집하며 외길을 달려왔다”면서 “조부로부터 시작된 기와제작법을 후손들이 잘 대물려 받아 노당기와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경주 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송종욱 기자

경주 담당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