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찬반 논란에 발목 잡힌 공항문제…“지역민 뜻 결집 시급”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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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3 07:18  |  수정 2017-09-23 10:17  |  발행일 2017-09-23 제5면
대구공항 여객 포화 非常
2017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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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휴가철에 대구공항 대합실이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다. <영남일보 DB>

연간 이용객 ‘3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는 대구공항은 마냥 웃을 수만도 없는 처지다. 당장 내년에 대구공항의 연간 수용인원이 한계치인 375만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과 주기장 부족으로 추가 노선 확장도 어렵다. 활주로를 공군에 빌려쓰고 있고, 주변이 민가 등으로 둘러싸인 대구공항의 여건상 공항 확장도 여의치 않다. 정부와 대구시는 대구공항 포화 문제 및 K2 군공항 소음피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통합이전 카드를 꺼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이전 작업이 다소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다 예비 이전후보지의 일부 주민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대구지역 일부 시민단체들마저 통합이전에 반기를 들고 있어 대구시는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그러나 대구공항과 K2를 둘러싼 문제 해결이 늦어질수록 결국 공항 주변 주민 피해와 이용객의 불편만 심화될 수밖에 없다. 어떤 식으로든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항공사 선호 시간대 주기장 부족
항공사 유치·노선증설 걸림돌
공항 주변에 주차난까지 심각

이전 후보지 군위주민 반발
정권 교체로 진행 속도 더뎌
‘지역사회 합의’ 단서 조항에
자칫 사업 차질 빌미 우려도
연내 후보지 선정도 미지수

시민단체 K2 분리이전 요구에
대구시 “실현 가능성 낮다” 일축


◆K2·대구공항 통합이전은 왜

대구공항 통합이전의 역사는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17대 대선을 앞둔 2007년 즈음 지역사회에서 K2 이전 문제가 공론화된 것. 당시 동구와 북구 주민 및 구(區) 의회를 중심으로 ‘K2 공군기지 이전 주민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고, K2 이전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도 시작됐다.

이런 와중에 2011년 8월 불거진 ‘K2 전투기 소음피해 배상 소송’을 맡은 변호사의 지연이자 독식 사태는 K2 이전 여론이 확산하는 데 기폭제가 됐다. 당시 군 소음소송 지연이자 문제는 지역 최대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군공항 소음피해 배상액도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K2 이전만이 답이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후 K2 이전에 대한 지역민의 요구가 계속 이어졌고, 마침내 2013년 유승민의원(대구 동구을)이 대표발의한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군공항이전특별법)이 제정돼 K2를 이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다만 이 법은 군공항 이전을 현 부지를 개발해 이전 비용을 충당하는 ‘기부 대 양여(맞바꾸기)’ 방식으로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정부 재정으로 군공항을 이전할 수 있도록 하면 전국에 군공항을 둔 16개 지자체가 너도나도 이전을 요구해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구시는 K2는 군공항이전특별법에 따라 대구 인근의 경북 지자체로 옮기고, 대구공항은 향후 김해공항과 함께 ‘남부권 신공항’으로 통합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년 남부권 신공항 건설이 무산되고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결론난 것.

문제는 대구공항이 K2의 활주로를 빌려쓰고 있는 형태라 K2만 이전하고 대구공항을 놔두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K2와 대구공항 전체 부지 6.88㎢ 가운데 활주로 2본을 비롯한 97%(6.71㎢)가 국방부 소유다. 대구공항의 면적은 이를 제외한 여객청사와 주차장, 주기장 등 3%(0.17㎢)에 불과하다. 결국 K2가 이전하고 나면 대구공항은 여객청사만 덜렁 남게 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구시는 정부에 해결방안 마련을 요구했고, 2016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K2·대구공항 통합이전을 지시하면서 이같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대구공항도 K2와 마찬가지로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이전하기로 정해졌다. 이에 대구시는 사업비 7조2천500억원을 들여 대구공항과 K2를 2026년까지 대구 인근 경북 지자체로 옮기기로 하고, 정부와 함께 사업 추진에 나섰다.

◆찬·반 엇갈리는 통합공항 이전

올해 2월 예비 이전후보지 2곳(군위·의성)까지 선정했지만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대선, 문재인정부 출범과 맞물려 K2·대구공항 통합이전 절차가 한동안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당초 국방부는 올해 안에 이전후보지를 최종 선정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전 후보지 및 이전 부지 선정을 위한 실무위원회(위원장 국방부 차관)가 22일에서야 겨우 열려 계획대로 연내 이전부지를 최종 결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재인정부가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면서 조건으로 내건 ‘지역사회 공동체의 합의’라는 단서조항도 자칫 사업 차질에 빌미가 될 우려가 있다. 예비 이전후보지 가운데 한 곳인 군위군 일부 주민들이 추진한 김영만 군수 주민소환 투표는 무산됐지만, 여전히 군위군 내에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강주열 하늘길살리기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군수 주민소환 투표가 기각됐지만,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대구지역 시민단체도 대구시의 K2·대구공항 통합이전 추진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대구YMCA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7월18일 ‘대구공항 이전에 관한 대구시민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대구시민의 49%가 대구공항은 남겨두고 K2군공항은 경북으로 분리이전하는 안을 바라고 있다”며 K2·대구공항 통합이전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김경민 대구YMCA 사무총장은 “K2·대구공항 통합이전에 대한 시민적 합의가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권영진 대구시장이 주장하고 있는 ‘김해공항에 버금가는 관문공항 건설’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K2만 따로 이전하거나 11전투비행단을 분산배치하고, 대구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대구시는 통합이전만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맞서고 있다. 정의관 대구시 공항추진본부장은 “현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는 대구공항은 놔두고 K2만 따로 옮길 수 없을뿐더러 K2나 11전비만 받을 지자체도 없어 실현가능성이 낮다”며 “통합이전을 본격 추진하는 단계에서 이러한 불필요한 논란으로 자칫 추진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포화상태 이른 대구공항

이 같은 논쟁이 이어지는 사이 대구공항은 벌써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 대구공항의 연간 최대 수용능력은 375만명(국내선 257만명·국제선 118만명)인데 벌써 올해 350만명 달성이 예상된다. 이미 피크타임 때는 국내·국제선 출발장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실정이다. 특히 국제선의 경우 이미 올 1~8월 이용객만 92만7천명으로 집계돼 올해 국제선 수용능력(118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내년이면 국내·국제선 모두 수용능력 한계치에 이를 전망이다.

또 대구공항에 취항한 항공사들이 선호하는 오전 시간대(5~11시)의 국제선 주기장 포화와 함께 슬롯이 부족해 신규 항공사 유치와 국제노선 신·증설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대구시가 유치하기 위해 오랜시간 공을 들였던 베트남 국적 모 항공사의 경우 슬롯 부족 문제로 대구공항 운항 스케줄이 확보되지 않아 다른 지방공항에 취항하기로 했다.

올 초 확장을 끝낸 대구공항 주차장도 이미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자체 예산 130억원을 들여 올 1월까지 723면 규모의 주차빌딩을 신축해 대구공항 주차장의 주차면수를 1천616면으로 늘렸다. 그러나 이용객이 꾸준히 늘면서 이마저도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주말이면 공항 옆 예식장 손님과 겹쳐 공항 주변에 심각한 주차난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 184건에 불과했던 대구공항 주변 지저동 불법주정차 단속 건수가 지난 6월엔 무려 618건으로 급증했다. 군공항 소음피해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은희진 K2소음피해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K2 이전과 대구공항 활성화를 둘러싼 문제 해결이 계속 늦어질수록 공항 이용객 불편과 주민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더 늦기 전에 이 문제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지역민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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