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커피축제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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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2   |  발행일 2017-09-22 제41면   |  수정 2017-09-22
대구의 12월, 첫 커피축제로 ‘핫’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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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6회 대구커피박람회의 행사장 전경. 8만여명이 방문했고 대구의 커피 인지도가 전국화되는 분기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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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커피박람회의 산파역을 한 문화뱅크 전중하 대표.

1999년. 한국 커피산업사에 한 획을 긋는 해였다. 다국적 커피브랜드의 대명사인 ‘스타벅스’, 그 1호점이 서울 이화여대 앞에 등장한다. 7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 동창생 3명이 의기투합해 미국 시애틀의 수산시장이었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출발한 스타벅스. 28년 만인 99년 7월27일 한국에 상륙한 것이다. 이놈은 2016년 세계 73개국에 모두 2만4천142개의 매장을 냈고 한국은 서열 5위로 지난해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이들은 830개의 전국 지하철역별 상권은 물론 전국 4만여개의 정류장 상권을 손금처럼 들여다본다. 그리고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1호점을 경주 보문호에 냈다. 대박이 났다. 경주에 몰려드는 연 800여만명의 관광객의 동선을 노린 것이다. 스타벅스는 직원이란 말 대신 파트너를 사용하고, 그 흔한 광고를 하지 않았다. 남들은 진동벨을 사용할 때 그들은 고객의 닉네임을 불러주었다. 그리고 황당한 주문에 직원들이 자유롭게 대처할 수 있는 ‘비상대처 생큐 쿠폰’까지 운용했다. 

스타벅스는 식품이 아니고 하나의 ‘문화충격’. 이들의 운용방식은 여행문화는 물론 새로운 핫플레이스 해변관광지, 가령 속초~강릉~양양~동해~삼척권을 졸지에 커피벨트로 바꿔놓아버린다. 정동진과 맞물린 안목해수욕장은 부산 광안리 커피타운을 비웃을 정도의 ‘커피해수욕장’이 된다.

최근 파산에 몰려 자살로 삶을 마감한 망고식스의 강훈. 그는 김선권 카페베네 회장,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와 의기투합해 한국커피프랜차이즈업계에 돌풍을 일으킨다. 이들을 보고 새롭게 커피산업으로 진입한 사업가가 부지기수다. 길목이 좋은 곳과 풍광이 좋은 곳, 사람이 들끓는 곳이면 어김없이 다국적 커피브랜드는 물론 국내 파워 커피브랜드 체인점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다들 흥분했다. 커피산업이 황금알인 것 같아서다.

국내 커피계엔 ‘1서3박’이란 말이 나돈다. 1서는 바리스타란 단어조차 생소하던 80년대를 풍미했던 고(故) 서정달씨, 3박은 박상홍·박원준·박이추씨를 말한다. 80대인 박상홍은 오사카에서 유학을 하고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고, 작고한 박원준은 한때 다도원을 경영했고, 박이추는 80년대 서울에 있다가 2000년 강릉 바닷가에서 ‘보헤미안’이란 커피숍을 통해 강릉을 일약 커피도시로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물론 90년에 등장한 커피명가의 안명규씨도 대구의 커피문화를 정착시킨 리더격 바리스타.

올 12월7∼10일 대구커피위크로 정해
EXCO서 열리는 커피박람회와 함께
‘핫플레이스 커피존’ 수성못서 축제
월드 핸드드립 챔피언십 등으로 특화

‘박람회 산파역’ 전중하 문화뱅크 대표
“수도권 빼곤 最多인 3100여 커피 업소
전국서 가장 많은 토종브랜드 보유 강점
‘韓 커피산업의 메카’ 자리매김 계기로”

◆대구는 왜 커피도시를 선점 못했나

대구는 오는 12월7일부터 10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커피박람회를 연다. 그 산파역은 대구 커피산업의 인프라 구축에 올인해왔던 <주>문화뱅크의 전중하 대표. 그는 영주 출신으로 미8군 카투사에서 근무할 때부터 뛰어난 어학실력을 인정받아 미국방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또한 뉴질랜드에서 관광 관련 사업 공부를 하였으며 전시컨벤션 공부를 더 하기 위하여 전시컨벤션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올해 행사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는 “왜 대구가 이렇게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커피 1번지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가”를 늘 속상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바리스타는 물론 커피숍 수, 특히 국제급 감각을 가진 스페셜 티 고수까지 도처에 숨어 있다. 대구발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까지 즐비함에도 불구하고 이걸 묶어 보석으로 가공하지 못한 관계자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크다.

지역의 커피 관련 업소는 3천100개 정도. 서울과 경기권을 제외하고는 지방에서 가장 많은 수다. 이 중 커피숍은 2천400여개, 다방은 600여개 된다. 커피거리의 경우 남구 대명9동, 팔공산 파계사권, 수성못, 동성로, 김광석벽화길, 약전골목 등지가 커피타운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구의 토종 커피브랜드는 커피명가, 다빈치, 슬립리스인시애틀, 핸즈커피, 안 에스프레소커피, 모캄보, 봄봄, 바리스타 B 등이다. 최근에는 커피맛을 좀 아는 남자, 30㎖ 에스프레소 등 ‘대구스페셜티협회’까지 결성됐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박람회는 ‘서울카페쇼’. 올해 17회로 오는 11월9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그다음으로 오래된 커피 축제는 오는 10월6일부터 9일까지 강릉에서 열리는 ‘강릉커피축제’로 9회를 맞았다. 대구보다 앞섰다. 이 밖에 부산의 부산커피&디저트쇼, 서울커피엑스포, 부산카페쇼, 서울 SETEC에서 열리는 카페&베이커리페어 등이 있다.

국내에 여러 식품박람회가 있지만 커피만 단일 주제로 박람회를 연 건 강릉이 처음이다. 강릉은 원래 경포대로 유명하고 그 옆에 있는 국내 연두부의 대명사로 불리는 초당순두부가 유명했다. 그리고 동절기 복어축제을 곁들였다. 그런데 이제는 강릉 하면 커피축제를 먼저 떠올린다.

이종덕 강릉문화재단 문화사업국장(강릉커피축제 사무국장)은 강릉커피축제를 일궈온 핵심 인물 중 한 명. 그는 2011년 강릉문화재단에 합류해 7년째 강릉커피축제를 이끌고 있다. 강릉에는 많은 커피 집이 있지만 그중 안목해변과 강릉항(옛 안목항)을 따라 조성된 커피거리는 커피 마니아라면 한 번쯤 둘러본다. 2016년 한국관광의 별 음식 테마 거리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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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문양의 거품을 얹으며 커피미학 빚기에 여념이 없는 바리스타 지망생들.
◆2017년 대구커피박람회 미리 엿보기

정식 명칭은 ‘대구커피&카페박람회’인데 올해부터 이 행사의 별칭을 ‘대구커피위크’로 정했다. 제7회 대구커피&카페박람회·제3회 대구커피포럼·제1회 수성못 대구커피축제가 동시에 열린다. ‘대구가 커피도시’라는 사실을 홍보하고 커피를 관광문화상품으로 특화시키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또한 바리스타, 커피 기기, 커피 마니아, 골목에 숨어 있는 커피 로스터, 그리고 색다른 커피 용품을 가진 커피맨, 커피 관련 학과, 커피숍 인테리어 관계자의 디자인 감각은 물론 커피를 응용한 수제맥주 등이 하나로 묶여 돌아가게 만들 계획이다. 전시, 체험, 판매, 세미나, 퍼포먼스, 홍보 등을 실내와 야외로 나눠 개최한다.

실내전시장(엑스코)에서는 주로 커피 비즈니스 산업관, 디저트 전시관, 커피역사관, 인테리어 전시관, 학생바리스타 대회, 커피 전문가 초청 시연 및 세미나, 창업컨설팅 등을 연다. 월드 핸드드립 챔피언십대회(한국커피바리스타협회 주관)는 올해 처음 열린다.

전 대표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대구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많고 토종브랜드도 많은 특수성을 감안해 대구를 우리나라 커피산업의 메카로 발전시키는 게 이번 박람회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박람회는 커피의 도시, 커피의 메카답게 국내 대표적인 커피전문 전시회로 자리매김하고 비즈니스와 흥행에 성공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행사 기간 중 8만여명이 다녀갔다. 특히 총 관람객 중 50% 이상이 외래 관람객. 대구 도시브랜드 이미지 홍보와 외래관광객 유치에도 크게 기여했다. 몇 년 전 ‘대구커피투어’ 상품도 론칭했다. 관람객들이 커피투어버스를 무료로 이용하면서 커피박람회와 함께 시내 유명 커피숍을 체험하도록 했다.

행사를 커피향이 더 큰 울림을 주는 연말로 정한 것도 대구커피 띄우기 전략 중 하나다. 이 박람회는 별다른 도움을 못 받은 채 민간기업인 <주>문화뱅크가 독자적으로 주최해 왔다. 모험이었다. 금년부터 <사>대구음식문화포럼과 공동주관한다. 특히 한강 이남에서 가장 핫플레이스 커피존으로 부각한 수성못 일원에서 처음으로 ‘대구커피축제’(영남일보 주최)도 연다.

◆관계자들의 동참 절실

지역 커피업계, 관련 단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전 대표는 “비즈니스 차원을 뛰어넘어 커피 및 카페업계 종사자들이 이 행사 기간만큼은 시민들이 커피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마음껏 즐기고 체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야 대구와 비교할 수 없었던 커피 불모지인 강릉이 커피의 도시 대구보다 더 어필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커피의 도시 대구의 명성을 되찾아야 된다”고 말한다. 관 주도보다 철저하게 개별 커피 사업자가 이 박람회를 주도해야만이 성공할 수 있다.

현재 상당수 토종 커피 체인점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 박람회가 그들의 사업성공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특히 박람회 인프라는 아직 부족하다. 문화뱅크와 같이 전시컨벤션을 직접 주최할 수 있는 민간 전시기획사(PEO)와 컨벤션기획사(PCO)의 육성도 시급하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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