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전통시장과 숨은 맛집 .5] 예천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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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1 07:33  |  수정 2017-09-21 08:58  |  발행일 2017-09-21 제12면
용궁 가면 순대, 풍양 가면 소고기
20170921
‘한국관 복어불고기’에서는 고추장 대신 예천 특산품인 참기름으로 조리한다. <경북도 제공>


예천은 교통수단으로서 철도가 큰 역할을 하던 1930~40년대 경북지역의 물류가 모여드는 교통 요지였다. 사람과 물류가 모이면서 거리에는 사람이 넘쳐났고 시장도 크게 번성했다. 지금은 당시보다 인구가 줄어 소도시가 됐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한국 전통의 멋을 지닌 문화유산이 많아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또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자란 질 좋은 농산물이 풍부하다.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상권
중앙·상설시장·맛고을거리

순대·우시장 유명한 용궁시장
‘단골식당’오징어불고기 일품

수자원·곡물풍부한 풍양시장
최고급 소고기‘신흥면옥’유명


◆예천읍 중앙시장·상설시장·맛고을문화의거리= 중앙시장, 상설시장, 맛고을문화의거리는 이름만 들으면 각각 별개의 시장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면 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규모가 큰 하나의 시장임을 알게 된다. 예천의 전통시장은 규모 면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크지 않지만, 살 만한 농산물이 넘쳐난다. 맛고을문화거리는 본래 음식점이 밀집된 지역으로, 최근 ‘문화의 거리’로 지정된 이후 간판 정비와 전선 지중화 작업 등으로 새단장됐다.

‘전국을 달리는 청포집’의 대표음식은 궁중요리인 탕평채다. 청포묵을 그릇에 깔고 노란 달걀지단, 초록색 미나리, 붉은 당근, 흰 숙주나물을 올린 뒤 고소한 참기름으로 만든 양념간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동성분식’의 주메뉴는 태평추다. 메밀묵에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를 송송 썰어 넣어서 뜨끈하게 끓여 먹는 음식으로, 돼지묵전골이라고도 부른다.

‘한국관 복어불고기’는 고추장을 사용하지 않고, 예천 특산품인 참기름으로 조리한다. 복어 살이 부드럽고 맛있지만,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육수다. 복어불고기 외에 복어튀김, 복어껍질무침, 복어죽, 복만두 등 복어로 만든 다양한 음식도 함께 맛볼 수 있다. ‘소구레국밥’에서는 비계를 다 떼어낸 뒤 비계층 사이의 살코기만을 사용한다. 양념도 깔끔하다. 덕분에 뒷맛이 깨끗하고 전혀 느끼하지 않다. ‘다양한 세상’은 베트남 출신이 직접 운영하는 음식점으로 한국인 입맛에 맞는 쌀국수가 유명하다.

‘Cafe de LUNA’는 예천에서 더치커피와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페다. 정성스럽게 내린 커피는 짙고 향기롭다. 예천산 곡물로 만든 다양한 디저트도 맛볼 수 있다. ‘덧재한과’는 애벌레를 첨가해 만든 한과로 유명하다. 한과의 주원료인 밀가루에 갈색거저리와 흰점박이꽃무지를 볶아 분쇄한 분말을 5% 정도 첨가한다. 곤충이 든 한과는 특유의 달달한 맛에 애벌레의 고소한 맛이 더해져 남다른 풍미를 자랑한다.

◆용궁시장= 용궁시장에는 순대를 파는 식당이 유난히 많다. 순대 집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당시 용궁면에서는 우시장이 크게 열렸다. 오일장이 열리는 이른 새벽에 소를 팔거나 사기 위해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장터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많은 이들이 간편하고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으면서 순대를 파는 집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현재 용궁순대는 천안 병천순대, 용인 백암순대와 함께 3대 순대로 불리고 있다. ‘단골식당’의 순대는 막창 안에 당면, 찹쌀, 그리고 갖은 채소를 넣어 만들어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막창의 연한 식감과 채소의 수분이 그대로 유지돼 촉촉하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전통순대 이외에 김치순대도 있다. 김치의 칼칼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준다. 순댓국 외에도 단골식당엔 인기메뉴가 하나 더 있다. 연탄불에 구워 먹는 오징어불고기로, 매콤한 양념에 불 맛이 일품이다. 같은 양념으로 연탄불에 굽는 돼지불고기, 막창, 닭발 등도 알아준다.

◆풍양시장= 낙동강이 지역의 3분의 2를 감싸며 돌아 흐르는 덕에 수자원이 풍부한 풍양면은 쌀·밀과 같은 곡물 재배와 과수 농사가 잘된다. 또 풍양에는 200m 이하의 낮고 평평한 구릉성 산지를 이용한 한우 사육이 활발하다. ‘신흥면옥’은 면옥이라는 간판을 걸고 있지만 실은 소고기가 주메뉴다. A+급 육우만을 사용한다. ‘고기는 먼저 눈으로 먹는다’는 주인장의 신조답게 마블링이 아름다운 고기가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숯불에 적당히 익힌 고기를 소금장에 찍어 입에 넣으면 연하고 부드러운 육질이 녹아내린다. 잡내 없이 고소하다.

전영기자 young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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