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지도부가 9개월 정도 남은 TK(대구·경북) 지방선거 조기 과열을 부추기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정치권의 ‘대목’인 정기국회 시즌을 맞아 대구 신암선열공원을 국립묘지로 승격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립묘지 일부개정법률’ 등의 지역 법안이 줄줄이 심사대에 올랐고(영남일보 9월19·20일자 5면 보도), 국정감사와 정부안에서 대폭 삭감된 내년도 TK 예산심사를 앞두는 등 중요한 시기에 ‘민생정치’ 실종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존의 상향식 공천 대신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거듭 천명하면서, 당 텃밭인 TK 지역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이 홍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쏟고 있다. 전국에서 한국당의 승리를 점칠 수 있는 곳이 몇 안 되는 상황에서 전략공천으로 후보를 확정하게 될 경우, 당 대표의 입김은 한층 막강해진다. 따라서 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 특히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후보에 대해 홍 대표가 어떤 생각을 갖느냐는 관심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홍 대표가 최근 당 지도부 모임 등에서 TK 지방선거와 관련해 이런저런 언급을 하면서 출마를 희망하는 현역 의원들을 마치 줄 세우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의 ‘밥자리 사담’이 편집돼 외부에 알려지면서 지역 정치권 내 소모적 갈등과 정치공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를 계기로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잠잠하던 여의도 TK 정치권이 돌연 선거전으로 전환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3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TK 한 정치인은 “정치권이 온통 선거전에 쏠리고 분위기도 들떠, 시급한 지역 현안들이 묻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되도록이면 가시적인 활동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한국당 지도부에 원외(院外) 인사들이 적지 않아 정기국회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언행이 있는 것 같다”면서 “법안통과와 예산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의원 간 팀워크를 해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