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으로 재해석한 천지창조"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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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0 07:44  |  수정 2017-09-21 15:24  |  발행일 2017-09-20 제22면
스페이스K 대구, 만화 기획전
작가 3명, 日애니에 신화 접목
20170920
김소리 작 ‘Then, Now, Next’

일본 애니메이션 ‘덕후’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전시이다. 코오롱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 K 대구에서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라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흥미롭게도 장르는 만화. 순수 예술과 대중 예술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전시이다. 스페이스 K 측은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신화와 우상의 심리 현상을 하위 문화의 감성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라고 밝혔다. 김소리, 이윤성, 옥승철 작가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재해석했다.

아무래도 장르가 장르인 만큼 미술애호가보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방문이 훨씬 많다.

전시 공간은 환상으로 가득 차 있다.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작가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신화를 접목했다. 비현실적인 공간인 셈이다.

경희대 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김소리 작가는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인 ‘건담’을 신화적인 존재로 재탄생시켰다. 피규어(figure)와 회화 작업을 병행했다. 건담은 ‘기동전사 건담’이라는 이름으로 1979년 일본 TV 아사히에 최초로 방송된 애니메이션이다. 작가는 고정된 부속품들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보다 ‘의미를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 2011년 일본 반다이 건프라 빌더즈 월드컵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재해석한 ‘Then, Now, Next’도 출품했다.

중앙대 서양화과 출신의 옥승철 작가는 클로즈업된 인물을 그려낸다. 캐릭터의 표정은 익살스럽거나 충격에 휩싸여있거나 공포에 떨고 있다. 작가는 “폭탄이 터지고 난 후 그 자리에 피어 오르는 연기는 실재했으나 곧 사라질 허상”이라고 말한다. 클로즈업된 인물들의 과장된 표정 이면을 보라는 의미이다.

중앙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이윤성 작가는 ‘애니메이션 예술’에서 꽤 유명한 작가이다. 그리스 신화나 성경의 이야기를 일본 만화 형식으로 재구성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을 일본 만화에 등장하는 미소녀로 둔갑시켰다. 작가는 만화책이나 디지털 게임과 같은 대중문화의 시각 매체에서 사용하는 프레임 분할법을 회화에 적용했다. 기쁨과 슬픔, 분노, 두려움, 혐오, 놀람과 같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보여주려는 장치이다. 10월31일까지. (053)766-9377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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