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능력이 관건”…하회·병산탈 13점 수개월내 안동 완전 귀환

  • 최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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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0   |  발행일 2017-09-20 제6면   |  수정 2017-09-20
이젠 문화재 자치시대 <중>
20170920
지난해 안동민속박물관에서 열린 ‘國寶·하회탈 전’을 찾은 시민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1964년 국보 제121호로 지정된 이후 처음으로 하회탈 및 병산탈 전체 13점이 공개되며, 52년 만에 안동을 찾았다. 얼해 중으로는 안동민속박물관으로 이관된다. <영남일보 DB>

지역 문화재는 흔히 ‘지역의 정신’이라 풀이된다. 문화재는 각 지역이 발달과정에서 공유했던 시대정신과 그 뿌리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해석하면 각 지역이 오래전부터 중시해 오던 가치 등을 엿볼 수 있다. 지역의 문화재를 되찾자는 움직임은 이 같은 관점에서 시작됐다. 당대 사람들이 공유했던 지역의 가치를 찾고 문화재를 제자리에 되돌려 역사의 맥락을 찾아주자는 것이다. 지방분권 활성화와도 맥을 같이한다. 지역 문화재를 되찾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지금껏 논의된 문화재 반환의 진행상황을 짚고 문화재 제자리찾기 운동의 미래를 엿본다.

◆‘지역 정신’ 문화재…고향 품으로

일부 문화재들이 다시 대구·경북으로 돌아오고 있다. 먼저 안동의 하회·병산탈이 올해 중 고향의 품으로 돌아온다. 안동시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에 위탁, 보관돼 있던 하회·병산탈 13점이 수개월 내 안동민속박물관으로 이전된다. 당초 올 6월 중 이전이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시설을 보강하느라 다소 지연됐다.

1960년대 초 보존상의 이유로 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하기 시작한 안동의 하회·병산탈은 한번 고향을 떠난 후 돌아오지 못했다. 1995년과 2004년 안동에서 탈을 되찾아오자는 환수 움직임이 있었지만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중앙박물관에 가 있던 하회·병산탈 13점 전체가 약 3개월간 안동에서 전시됐다. 이를 계기로 경북도의원, 안동시의원, 시민들은 반환의 필요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탄력을 받은 안동시도 국립중앙박물관에 하회·병산탈 반환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중앙박물관은 안동시가 보관 여건을 갖추면 넘겨주겠다고 했고, 시는 현재 반환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탈 보관할 안동민속박물관
막바지 보강 작업 진행 중
시민·지방의원 등 노력 결실

상주·김천·경주 등에서도
문화재되찾기 운동 활발



2008년 보관상의 이유로 중앙박물관에 갔던 상주의 황희 정승 영정이 지역으로 돌아온 사례도 있다. 당시 반환을 추진했던 강용철 상주문화재환수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관건은 상주박물관이 보관할 여력이 되느냐였다. 중앙박물관이 반환을 결정하기 전에 상주박물관의 보관 능력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보관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고 영정을 돌려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청와대 경내에 있는 경주 석불좌상은 아직 확답을 받지 못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반환 검토를 지시한 상황이다.

◆지역문화재 반환의 의미

지역 문화재를 되찾아온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기본적으로 지역 문화재는 각 지역의 정체성을 함축적으로 담는 경우가 많다. 지역의 문화재를 이해하면 해당 지역의 역사와 과거 지역민들이 중시했던 가치를 알 수 있다. 특히 경북은 신라·가야·유교 문화의 발상지로, 문화재마다 지역의 주요 정신을 담은 경우가 많다.

또 문화재 반환은 지방분권이란 관점에서 해석되기도 한다. 중앙집권체제하에서 지역들은 재정, 행정 등 여러 측면에서 중앙정부에 예속돼 왔다. 문화재도 마찬가지였다. 지역에서 출토된 문화재를 해당 지역에서 보관할 수 있도록 한 건 불과 수 년 전이다. 그전까지는 문화재가 발굴되면 지역과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국가가 우선귀속권을 가졌다. 하지만 지난 세월을 거치며 강화된 지방분권에 발맞춰 지역 문화재도 지역에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재 보관 능력도 발전했다. 과거 지자체들은 시설 및 전문인력이 부족해 문화재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문화재 보존 기술이 보편화되고 지역에 고르게 정착하면서 문화재 관리 능력이 향상됐다.

고령군 관계자는 “각 지역이 10~20년 전부터 공립박물관을 많이 건립했다. 지역의 정체성이라든가 지역 유물을 보관·관리하면서 전시하고자 하는 욕구가 전국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립박물관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최근 인력, 시설여건 등을 잘 갖추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체계화되는 지역문화재 반환 운동

이에 발맞춰 지역 곳곳에서는 지역 문화재 반환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주로 지역 시민단체가 중심이 됐다. 지난해 황희 정승 영정 반환을 이뤄낸 상주문화재환수추진위원회는 자체적으로 국내 타지에 보관돼 있는 문화재 목록을 만들었다. 그 결과 기관 11곳과 개인 4명에 1만6천416점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용철 상주문화재환수추진위원장은 “상주박물관이 없을 때는 유실, 부식 등의 우려로 인해 문화재 반환이라는 말을 꺼내기 쉽지 않았지만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며 “지역 문화재 반환을 꾸준히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주 석불좌상 반환 운동을 벌였던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지광국사 탑(강원도 원주), 경천사지 10층 석탑(북한 개성시) 등의 제자리찾기 운동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 대구·경북지역 일부 지방분권운동 단체들은 지역 문화재 반환을 지방분권 운동의 연장선으로 보고, 반환 운동을 체계화할 방침이다.

지자체가 문화재 반환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김천시 관계자는 “타 지역에 있는 김천 문화재들을 조사해서 목록을 정리한 다음 타지 국가기관들이 소유하고 있는 우리 문화재를 지역으로 가져올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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