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한’발언 국방부 장관에 대통령 참모의‘공개 경고장’ 논란

  • 이영란
  • |
  • 입력 2017-09-20   |  발행일 2017-09-20 제4면   |  수정 2017-09-20
■ 靑, 宋국방에 ‘주의조치’파장
靑 “국무위원 발언 신중했어야
정책적 혼선 야기한 부분 지적”
야당 “국군 수장 대놓고 망신 줘
軍 사기 떨어뜨리는 일” 비판
宋 “문정인 특보 비판발언 사과”
20170920

청와대가 19일 현직 국방부 장관에게 ‘엄중 주의’ 조치를 공개적으로 하는 유례없는 일이 일어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전날 송영무 국방부 장관<사진>이 최근 ‘참수작전’을 언급했던 자신을 비난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에게 각을 세운 것 등에 대해 청와대가 ‘옐로 카드’를 날리며 혼선 정리에 나섰지만, 절차와 형식은 물론 내용과 방법 등 모든 점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출입기자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청와대는 송 장관의 국회 국방위원회 발언과 관련, 국무위원으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한 점을 들어 엄중 주의 조치했다”고 밝혔다.

앞선 지난 18일 송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 문 특보에 대해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특보로 생각되지는 않아 개탄스럽다”거나 “워낙 자유분방한 사람이기 때문에 상대할 사람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등의 발언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엄정주의 조치와 관련, “정확히 (송 장관의) 어느 한 발언을 뜯어서 이야기한 건 아니다”며 “특정발언이 문제라고 말하는 건 적절치 않고, 한마디 한마디에 매우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하는 국무위원으로 발언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 측은 송 장관과 문 특보 간 충돌이 발생해 외교안보라인에 혼선이 생겼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실제 충돌이 있다면 사람을 바꿔야(교체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충돌설’을 일축했다.

한편 송 장관은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 전날 문 특보를 비판한 데 대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과한 표현을 사용한 것을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소신이라기보다 발언이 과했다. 사과한다”고 밝혔다. 국방부측은 청와대의 송 장관에 대한 ‘엄중 주의’ 조치에 “향후 유념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진이 청와대 명의로 내각 최고 책임자에게 경고장을 날린 것이 타당하냐는 데 논란이 일고 있다.

송 장관을 겨냥한 청와대의 ‘엄중 주의’ 조치는 차관급인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로 발표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행위주체와 전달주체는 구분해 달라. 행위는 청와대가, 전달은 국민소통수석이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방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과 정의용 안보실장이 논의해 내린 이같은 조치를 사후에 보고받았을 것이라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행법상 청와대 비서진의 업무추진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추진토록 되어있는 것을 감안하면 ‘월권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부처 간의 공개적인 힘겨루기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특히 헌법상 내각을 총괄하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있는데도 총리를 제치고 청와대 명의로 경고장을 날리면서 ‘총리도 패싱이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야당은 당장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청와대가 60만 대한민국의 국군수장을 공개 망신 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정당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직 국방부 장관에 대한 청와대의 이런 조치는 나라를 지키는 군과 국방부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주의를 받거나 경질돼야 할 대상은 송 장관이 아닌 문 특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대통령 출타 중에 현직 국방장관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엄중 주의조치까지 내리게 된 절차와 배경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주의를 준 것인가 아니면 국민소통수석이 주의를 준 것인가. 청와대의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청와대의 성급한 조치와 안이한 안보관이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국민의 불안을 키울까 우려한다”고 개탄했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