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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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8 07:57  |  수정 2017-09-18 07:57  |  발행일 2017-09-18 제18면
[밥상과 책상사이] 경쟁

포털 뉴스 메인에 떠 있는 ‘오늘 한강물 따뜻하냐’라는 제목의 기사를 클릭했다. 수능시험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청소년들이 심한 입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들은 불안감으로 우울증, 두통 등의 증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심할 경우 목숨까지도 끊는다. 공부만 강요당하고 위로받지 못하는 일부 청소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자살 고위험군에 있는 학생들을 위한 예방 프로그램과 함께 청소년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시급하다. 이런 내용이다. 원론적으로 다 맞는 말이고 공감이 되지만 제목이 섬뜩하다.

“나는 인간이다. 그것은 경쟁하는 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괴테의 말이다. 그는 인간이란 경쟁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인식했다. 성적 경쟁에 내몰리는 청소년들의 삶이 어렵다는 것을 지적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은 옳다. 그러나 경쟁을 어느 정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경쟁을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모든 생명체는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해야 한다. 자연사는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의 역사다. 인류 문명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발전했다. 다만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이긴 자가 진 자를 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이 모든 사람을 괴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 승패에 관계없이 경쟁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경쟁심은 목표 의식을 분명하게 해주면서 나태의 해독제가 될 수도 있다. ‘한강물 따뜻하냐’라는 극단적으로 선정적인 제목보다는 ‘경쟁을 즐길 줄도 아는’ 조언도 같은 비중으로 다루면 더 좋지 않을까.

“경쟁이란 단어 ‘compete’의 어원은 ‘함께’라는 의미의 ‘com’과 ‘추구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petere’의 합성어인 competere라는 라틴어로 ‘함께 생존하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전략적 사고’의 저자 스튜어트 웰스의 말이다. 진정한 경쟁이란 무조건 이기려고 서로 겨루는 것이 아니다. 어떤 목적을 향해 서로 겨루기도 하지만 궁극에는 서로 공생해야 한다는 것이 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 펩시콜라와 코카콜라는 한때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그들은 음료 시장을 함께 키워 나가야 하는 동업자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들은 “오랜 시간 편협하기 그지없었던 콜라전쟁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프고, 옆집 아이가 우리 집 아이보다 점수가 높으면 밥맛이 떨어지는 것은 진정한 ‘경쟁’이 아니고 비뚤어진 ‘경쟁의식’일 따름이다. 네가 망해야 내가 흥하고, 네가 적게 가져야 내가 많이 가진다는 식으로 경쟁을 살벌한 제로섬 게임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한 교실에서 공부하며 때론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뒤처진 친구의 어깨를 툭 치며 “내가 차근차근 설명해 줄게. 우리 같이 원하는 대학에 가도록 열심히 해보자”라고 말하며 서로 머리를 맞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그래야 ‘함께 추구하며 공생한다’는 ‘경쟁’의 원래 의미가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다. 가정과 사회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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