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는 판타지?…“실현 가능한 이상향”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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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6   |  발행일 2017-09-16 제16면   |  수정 2017-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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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김영사/ 320쪽/ 1만4천800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17년 세상은 유토피아라 할 수 있다. 전적으로 이상향을 꿈꾸던 전통적인 철학자들에게는 말이다. 시간을 돌려 200년 전에는 인구의 94%가 극빈자였고, 1980년대에는 44%, 현재는 10%만이 극빈자로 구분된다. 과거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배고팠고 그래서 굶어 죽었으며, 열악한 위생과 안전에 대한 불확실과 질병에 대한 공포 속에서 비참하게 하루하루를 살았다. 하지만 인류의 수많은 발명과 발견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250배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삶의 여유를
기본소득 지급으로 빈곤층 구제
국경 개방, 차별 해소·경제 효과
사례 통해 유토피아 구체적 제시



이 책은 네덜란드의 역사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쓴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눈부신 성장을 했지만 왜 우리는 점점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지, 빈곤을 퇴치하고도 남을 만큼 풍족한데도 왜 수백만 명이 여전히 빈곤에 허덕이는지, 풍요로운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데 어째서 여전히 불행한지에 대한 물음을 독자에게 던지며 역사학과 진화심리학, 경제학, 사회심리학 등을 통해 그 답을 조금씩 찾으려고 한다.

제목에서도 나오듯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유토피아’다. 하지만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우리의 삶에서 현실이 될 수 있고, 미래의 모습일 수 있는 유토피아를 이야기하며 그 구체적인 계획 역시 제시한다.

먼저 저자가 제안하는 유토피아는 ‘근로시간 단축’이다. 저자는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가족, 공동체 생활, 레크리에이션 등 자신에게 중요한 다른 활동을 할 여유가 생긴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재 자본주의에서 나타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근로시간 단축에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줄어 기후변화에 대응하게 되고, 초과근무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며,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일자리를 나눌 수 있어 실업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음은 ‘기본소득’이다.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유토피아를 제시한다. 조건 없는 현금 지원은 범죄예방, 아동 사망률 하락, 영양실조 해소 등의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빈곤층이 빈곤한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이므로 빈곤층에 돈을 제공하는 것이 빈곤 문제를 줄이는 가장 훌륭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 군사비의 4분의 1이면 미국에서 가난을 근절할 수 있고, 기본 소득을 통해 기회를 잡은 빈곤층이 직업을 구하거나 창업을 하면 경제 상황은 더욱 좋아진다고 말한다. 또 현재의 복지제도야말로 빈곤층을 통제하고, 굴욕을 주는 제도라고 비판한다.

끝으로 이야기하는 유토피아는 ‘국경 없는 세계’다. 저자는 국경이 빈곤 문제를 낳고, 차별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제품과 서비스, 주식 등 모든 것이 세계화 됐지만 노동력만큼은 국경이라는 틀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국경을 개방했을 때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경제적 효과를 소개하며, 국경 없는 세계에 반대하는 자들의 주장 역시 반박한다.

이 밖에도 책에는 20세기 초 헨리 포드가 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실시한 일련의 실험과 캐나다의 한 도시에서 가난을 완전히 근절시킨 사건, 기본소득을 도입하려 했던 리처드 닉슨 이야기 등 생생한 사례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유토피아를 이야기한다. 또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로봇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서도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끝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이어야 하고, 불가능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노예제도를 폐지하고,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하고, 동성 결혼을 요구했던 사람들도 처음에는 미치광이라는 낙인이 찍혔었다. 그들의 주장이 옳은지는 역사가 증명한다”고 말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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