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 무대 뒤 또 다른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

  • 최미애,유승진,이현덕,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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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6 07:26  |  수정 2017-09-16 07:28  |  발행일 2017-09-16 제5면
보이진 않지만 이들이 있어 더 빛나는 무대

무대 뒤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작품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작품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좋은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무대 뒤에만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작품의 준비 과정을 함께한다. 하나의 작품 시나리오가 탄생하면 그에 맞는 음악, 의상, 분장, 조명 등에 대해 연출자와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작업을 진행한다. 단순히 작품을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로만 보는 건 오산이다. 분장과 의상, 음악은 때때로 작품보다 더욱 주목을 받기도 한다. 공연장 뒤에서 또 다른 예술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사진=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김언영 분장 디자이너

20170916

“리허설 보며 배우의 연기·얼굴 움직임 연구
배우가 멋있게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이 매력”


지난 12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렉처오페라 ‘일 트리티코’ 공연을 앞둔 출연진 사이에서 유독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는 분장 디자이너 김언영씨(42)를 만났다. 그는 지역에서 23년 동안 분장 분야에 몸담아왔다. 연극, 오페라, 뮤지컬 등 지역에서 열리는 무대에 참여해 자신만의 영역을 다져왔다. 김씨는 어릴 적 본 공연이 좋아 분장의 길로 뛰어들었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 본 연극무대가 새로운 세상을 보여줬다. 그날을 계기로 분장 분야로 가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분장이 단순 메이크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그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배우가 연기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완성시켜주는 것이 분장”이라고 강조했다.

김씨에게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다. 작품에 대한 공부를 먼저 하는 것이다. 그는 “대본을 먼저 받아 읽어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무대 리허설을 보며, 배우의 연기와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자세히 살펴본다. 그 이후 어떻게 분장을 해야하는지 연구에 들어간다. 조금 번거롭지만 늘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분장의 매력은 무엇일까. 김씨는 ‘새로움’이라고 말한다. “같은 배역이라도 배우에 따라 다르게 해보고, 공연과 상황에 따라 새롭게 창작할 수 있는 것이 분장의 매력입니다. 분장을 통해 배우가 무대에서 멋있게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백승동 이노라이트 대표

20170916

“극·춤의 연결고리…무대·음향과 조화 이뤄야
부족한 작업시간·비싼 대관비·인력난에 애로”


대구 지역 공연 팸플릿을 보다보면 백승동 이노라이트 대표(44)의 이름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지난 8일 만난 백 대표는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대구국제무용제 무대를 위한 조명 작업에 한창이었다. 그는 24세였던 1996년 제일무대기획에 들어가면서 조명 분야에 발을 들였다. “처음에는 남자로 태어나서 한번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 때문에 22년째 하고 있네요.”

그의 조명 작업 준비는 1~3개월 정도 전부터 시작된다. 공연 영상이나 대본을 보면서 작품을 파악하고 연습 장면도 지켜본다. 백 대표는 무대 조명을 ‘극을 풀어주고 춤을 풀어주는 연결고리’라고 했다. 안무가, 연출자가 표현하려는 것을 ‘플러스’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연출·안무 의도를 100%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공연에서 조명은 튀는 것이 아니라 무대, 음향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조명 분야의 가장 어려운 점은 작업 시간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대관 비용이 비싸다보니 2~3일 전 혹은 당일 현장에 와서 조명을 메모리(컴퓨터 프로그램에 조명 순서를 입력하는 것)하고 설치한다. 또 대구의 경우 공연은 많은데 전문 인력이 많지 않아 늘 인력난을 겪는다. 가장 힘든 건 공연 때마다 무대에 붙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점이다. 뿌듯한 순간도 물론 있다. 자신이 만들어낸 조명이 음악, 무용수의 움직임과 합쳐졌을 때 느끼는 감동이다.


서보영 무대의상 디자이너

20170916

“제작주문 판매 방식서 임대제작시스템 도입
디자이너들 정당한 대가 받도록 구조 개선을”


의상 디자이너 서보영씨(43)는 지역에서 무대 의상 분야를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로 꼽힌다. 지역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오페라, 연극부터 학교에서 열리는 학예회, 예식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그는 영남대 재학 중 연극 동아리 천마극단에서 활동했다. 연극부원으로 활동을 하다 의상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초기엔 무대 의상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무대 의상으로 돈을 번다는 것도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나라도 더 제작하기 위해 공연장 이곳저곳을 다녔지만 수입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서씨는 임대제작 시스템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제작사에서 주문한 의상을 만들어 판매하는 형태였다. 반면 서씨는 기존 가격의 50~60%를 받고 의상을 대여해 준 뒤, 공연이 끝나면 다시 의상을 받는다. 돌려받은 의상은 수선과 세탁을 거쳐 다시 전국에 판매 혹은 임대된다. 서씨는 “공연장에서 의상 전시를 맡아 진행한 적이 있다. 이때 전시를 위해 옷 10벌을 만들었는데, 이 옷을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 지금의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서씨는 무대의상 환경이 좀 더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은 제작비로 많은 효과를 얻으려고 하는 제작사들이 많아 무대의상에도 열정페이가 존재한다. 디자이너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그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최정주 무대제작자

20170916

“공연 1∼2달전부터 작업…대구선 3명 활동
끝나면 대부분 폐기…세트보관할 공간 필요”


무대제작자 최정주씨(57)는 무대 디자인·제작 분야에서 잔뼈가 굵다. 계명대 국문학과 재학 당시 학교 연극 동아리인 계명극예술연구회에서부터 스태프로 활동했다. 1998년 본격적으로 무대 제작을 시작했고, 당시 대구시립극단 창단 공연 ‘무지개’의 무대 제작을 맡았다. “대학교 때부터 아무도 못질, 페인트질을 안하려고 하니까 스태프로 주로 활동했어요. 성격 자체가 나서기 보다는 뒤에서 서포트 해주는 걸 좋아해서 무대 제작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최씨는 무대 제작 의뢰를 받으면 큰 공연의 경우 1~2개월 전쯤부터 작업에 들어간다. 그때부터 시작해 대본을 보고, 연습장에도 가고, 현실적인 금액 문제도 맞춰본다. 무대 제작은 가창에 있는 작업실 겸 창고에서 이뤄진다. 초가집, 궁전, 신전 등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세트를 활용할 때도 있다. 최씨는 “대구에서 무대 제작하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3명 정도 되는데 나만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 장단점이 있는데, 작품에 대한 해석 측면에서는 내가 유리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무대 제작을 포함해 스태프들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무대 제작의 경우 세트 보관이 어렵다보니 매번 공연이 끝나면 폐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다른 지원도 좋지만 극단이나 무대 제작자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보관소를 만드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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