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깨도록 하겠습니다.”
15일 오후 4시 대구시 동구 신천4동 행복복지센터에서 조금 특별한 단체의 행사가 열렸다. 노숙인들이 모여 만든 ‘거리의친구들 사회적협동조합’이 창립총회를 개최한 것이다.
동대구노숙인쉼터 생활자 및 후원자, 관계기관 직원 등 30여명은 이날 협동조합의 희망찬 첫 출발을 알렸다. 강현구 대구사회적기업협의회장은 축사를 통해 “거리의친구들이 노숙인 자립의 성공적인 모델로 거듭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마냥 순탄하지는 않더라도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했다.
총회는 정관 및 사업계획·예산 심의, 임원선출 등 순으로 진행했으며 안건이 통과될 때마다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이날 이사장으로 선임된 김수두씨는 노숙생활을 하다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이룬 노숙인들의 롤모델이다. 김 이사장은 “자립에 대한 의욕은 있지만 방법을 몰라 좌절하는 노숙인들이 많다”며 “이들에게 체계적인 자립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사회 일원으로서의 자존감을 심어주는 협동조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조합원은 노숙인 10명을 포함해 총 15명이며, 자립을 원하는 노숙인이라면 누구나 일정 금액의 조합비를 내고 가입할 수 있다. 주요 사업은 공동협동농장 운영을 통한 친환경 먹거리 재배, 수제 비누 및 석고방향제 제조 등 다양하다. 또한 지속적인 자존감 향상 교육을 통해 자립 의지를 높이고, 일자리 알선 및 임대주택 보증금 지원 사업도 벌일 계획이다.
총회 이후 협동조합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세미나가 이어졌다. 조부활 대전시 쪽방상담소장과 조기현 다울건설협동조합 이사장은 각각 ‘홈리스의 자립과 지역사회의 역할’ ‘지역사회 취약계층의 자립과 일자리 창출’이란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대구시도 노숙인 사회적협동조합이 전국적인 성공사례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김상희 대구시 사회적경제과장은 “노숙인들이 삶의 질을 개선하고 생활자립을 이루기 위해 혼자가 아니라 협동조합 방식으로 함께 노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주거·교육·일자리·노인복지 등 생애주기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알리고, 그 역할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엽기자 khy04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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