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구문화재단 대표의 자격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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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4   |  발행일 2017-09-14 제31면   |  수정 2017-09-14
[영남타워] 대구문화재단 대표의 자격

대구 문화계가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구문화재단 때문이다. 새로운 수장을 뽑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심재찬 현 대표는 이미 사퇴 의사를 밝혔다. 심 대표는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임 위원장에 응모하면서 “응모 결과에 상관없이 도리상 사퇴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사직이 처리되지는 않았다. 일각에선 심 대표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임 위원장에 뽑히지 않으면 그대로 눌러앉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구 문화계를 떠나겠다’는 뜻을 밝힌 심 대표이다. 리더십이 상처를 받은 터라, 대구문화재단에 그냥 남아있기는 어렵다.

행정적인 난제도 해결됐다. 대구문화재단은 지난 11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대표의 임기와 임명 절차 등을 담은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심 대표가 떠난다는 전제로 개정안을 만들었다. 그동안 대구문화재단 정관에는 대표의 연임 규정이 없었다. 연임 규정을 새로 만든 것은 심 대표 덕분(?)이다. 대구문화재단 정관상 대표 공석이 6개월 이상이면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 심 대표의 사직이 조만간 처리된다면, 오는 11월쯤 새 대표를 선출할 수 있다. 심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이다. 연임 규정이 없다면 8개월만 대표직을 수행하고 떠나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된다. 대구문화재단이 현재 3년인 대표의 임기를 1회에 한해 2년 연장할 수 있도록 개정한 배경이다. 새 대표가 심 대표에게 고마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후보추천위원회가 이사회에 복수의 후보를 추천하는 것으로 임명 절차도 변경했다. 좀 더 투명하게 대표를 선출하겠다는 의지이다.

대구문화재단은 대구 문화의 싱크탱크이자, 지역 예술인 지원기관이다. 한 해 예산이 260억원에 이른다. ‘대한민국 문화의 중심, 다시 시작하는 문화 100년’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대구문화재단 홈페이지에는 대구문화재단이 지향하는 정책 목표가 뚜렷이 나와있다. 동아시아 문화도시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기초예술 문화도시 대구의 미래를 열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대구 문화계에서 대구문화재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문화예술 지원사업은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다. 대구문화재단이 보유한 문화공간도 많다. 가창창작스튜디오를 비롯해 대구공연예술연습공간, 대구문학관, 대구예술발전소, 범어아트스트리트가 대구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문화공간이다.

사실상 대구 문화를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기관이 대구문화재단이다. 그런 곳의 수장이라면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대구 예술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물론 강한 추진력도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춰졌다고 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무늬만 예술인이어서도 안된다. 자리만 탐하는 사람이 들어와서도 안된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똑같은 일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대구 문화계의 신뢰를 받는 사람이 대구문화재단의 새 대표를 맡아야 한다. 자칫 논란이 되는 인사가 온다면 대구문화재단 전체가 욕을 먹을 수 있다. 가뜩이나 대구문화재단은 뒤숭숭하다. 조직이 사분오열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라인’이 있어 직원들끼리 극도로 말을 조심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어느 조직이나 친소 관계는 있을 수 있지만, 일에 지장을 줘서는 곤란하다. 소통이 없는 조직은 경직될 수밖에 없고, 관료화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시민이나 예술인보다 인사권을 쥔 상사의 눈치를 보는 조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의미다. 대구문화재단 새 대표의 역할이 참 크다.

심 대표도 대구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임 위원장 응모 결과에 관계없이 대구에서 인연을 맺은 문화예술인들과 기분 좋게 헤어졌으면 좋겠다. “어쨌든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조진범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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