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언론의 공정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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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3   |  발행일 2017-09-13 제31면   |  수정 2017-09-13
[영남시론] 언론의 공정함이란
여상원 변호사

며칠 전 MBC 사장에 대하여 체포영장이 발부되었고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그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고 하였는데, MBC 사장이 자발적으로 출석하여 체포영장 집행은 실제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되어 끌려가는 모습을 보지 않아 다행이다. MBC 사장의 혐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부당노동행위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고 고용노동부 담당자가 몇 차례 출석을 요구하였던 모양인데, MBC 사장 측은 서면을 제출하면서 출석요구에 불응하였고 급기야 체포영장 발부까지 이어진 것이다. 법률적으로만 따지자면 국민은 누구나 사법경찰(고용노동부의 담당 공무원은 특별사법경찰로 대상자에 대하여 소환과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의 조사요구에 응하여야 하고 출석을 요구받으면 이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준공공기관이자 언론사인 MBC 사장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체포영장의 청구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성급한 느낌이 있다. 즉 사장 개인이 아니라 언론사 대표라는 점을 염두에 두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고용노동부의 체포영장 청구의 원인이 된 범죄사실은 근로기준법 등 위반이지만 이 정도 사안으로 나중에 구속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도주의 우려가 없는 언론사 사장을 체포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 무리수라 할 것이다. 결국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뉴스가 된 것은 김장겸 사장이 전 정권 하에서 취임한 이후 MBC가 공정성을 상실하였고 이에 항의하는 직원들을 탄압하였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체포영장 발부의 정당성을 판단하기 위하여는 MBC가 김장겸 사장이 재임하는 동안 공정성을 상실하였는지와 그 공정성을 판단하는 주체가 누군가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언론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여론을 형성하고 그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하여는 공정성이 생명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정성은 정확한 사실의 보도를 의미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실이 정확하다면 그 사실에 입각한 언론사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미국은 각 언론사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명백히 한다. 예를 들면 뉴욕타임스는 진보, 워싱턴 포스트는 보수를 명백히 하고 대선 때마다 각 언론의 성향에 따라 지지 후보를 공공연히 내세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금기시되어 있는데 이는 군사독재 시대 모든 언론이 입을 맞춰 정권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러나 인터넷 언론이나 SNS가 엄청나게 발달한 지금 어느 특정 언론이 특정 정치적 성향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국민의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주는지는 의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언론사가 워낙 많고 국민은 자신의 성향에 맞는 언론을 선택하고 맞지 않는 언론에는 아예 접근조차 하지 않는다. 결국 언론의 공정성은 국민의 선택에 의하여 가려져야 한다고 본다. 언론의 공정성을 언론사의 노조라든가 집권층이 결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국민의 수준을 무시하고 국민은 우리가 이끌고 나가야 하는 존재로 보고 어리석은 국민은 언론이 공정한가를 판단할 능력이 없으니 똑똑한 우리가 공정한 언론을 골라 주고 이러한 언론만 접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민에게 다양한 언론에 접할 기회를 주고 여기서 공정하지 못한 언론이 국민의 힘에 의하여 퇴출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정당한 작동원리다. 그러기 위하여는 언론의 다양성은 공정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언론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도 무너진다. 그래서 미국독립선언문을 기초했고 미국 제3대 대통령을 지냈던 토머스 제퍼슨은 “나는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하였다.

언론을 통제하려는 세력은 다양한 언론의 존재를 싫어하고 자신의 뜻에 맞지 않는 언론을 없애기 위하여 항상 국민의 뜻, 공정과 신뢰를 내세운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국민의 뜻이나 공정과 신뢰의 기준이 그들 자신이라는 것이 문제다. 언론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를 힘으로 제압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힘에 의하여 스스로 정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힘을 이용한 인위적인 통제는 언젠가는 또 다른 통제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여상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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