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이순신과 이순진

  • 임성수
  • |
  • 입력 2017-09-13   |  발행일 2017-09-13 제30면   |  수정 2017-09-13
정권 바뀔 때마다 줄서기
행정·사법부 불신만 키워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이순진 전 의장 군인정신
시대 이끄는 본보기 되길
[동대구로에서] 이순신과 이순진
임성수 정치부장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재임기간 견위수명(見危授命-나라의 위태로운 지경을 보고 목숨을 바쳐 나라를 위해 싸운다)의 자세로 혼신을 다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얼마 전 합참의장을 끝으로 42년간의 군(軍) 생활을 마무리한 이순진 장군이 남긴 말이다.

이순진 장군을 기억하면 3년 전 육군 제2작전사령부 국정감사장이 바로 떠오른다. 부임한 지 2개월이 조금 지난 그해 10월에 실시된 제2작전사령부에 대한 국회 국방위의 국정감사는 필자가 현장 취재는 물론 매스컴을 통해 본 국감 중 피감기관 장(長)의 답변이 가장 완벽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친박(親박근혜) 실세였던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의 대구고 1년 선배로,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첫 제2작전사령관으로 임관한 이순진 장군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가 예상됐지만, 의원 모두 추가질문 한두 번으로 질의는 끝났다.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없자, 국감도 예정시간보다 훨씬 빨리 마무리됐다.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단 1초도 머뭇거림 없는 이 장군의 완벽한 답변은 민주당 의원들조차도 혀를 찰 정도였다. 취재를 하던 기자들 역시 놀라울 따름이었다. 제2작전사령부 관할 지역이 한강 이남 해안을 포함한 육군의 모든 지역임을 감안하면, 부대 인원수까지 정확히 꿰차고 있던 이 장군을 지켜보면서 이순진이 있어 대한민국이 행운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한마디로 최고의 군인이었다.

정권이 바뀌고 퇴임을 했지만, 이 장군의 애국심과 군인정신은 보수와 진보 진영을 넘어 모두에게 찬사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적폐의 핵심으로 여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합참의장임에도 전례 없이 직접 퇴임식에 참석하며 이 장군에 대한 예를 갖췄다. 더욱이 그 자리에서 이 장군의 군대 일화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던 것 또한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육군3사관학교 출신의 최초 합참의장이란 수식어에다 ‘작은 거인’ ‘순진 형님’ 등 무수히 많은 별명이 붙은 이 장군은 42년간의 군 생활 중 45번이나 이사를 하면서 동생들 결혼식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해외여행도 가보지 않은 이 장군은 퇴임식 날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이 아닌 다른 대통령으로부터 딸이 살고 있는 캐나다행 항공권을 선물로 받았다.

박근혜·문재인 정권으로부터 동시에 인정받은 군인이나 관료가 과연 몇명이나 될까.

정권이 바뀌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관료 대부분이 문재인정부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검찰과 경찰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기관장에 대한 경찰의 잇단 내사는 정권이 바뀌자마자 속도전이 붙은 모습까지 보일 지경이다. 누굴 위한 내사와 수사인지 궁금하다.

32세에 무과에 급제해 공직에 몸담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때 임금을 속였다는 누명을 쓰고 하옥돼 문초까지 받고 백의종군으로 전투에 나섰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국가와 국민이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전 합참의장 이순진 장군 또한 ‘견위수명’이란 한마디로 자신의 42년 군 생활을 설명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관료들의 여권(與圈) 줄서기와 눈치 보기는 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순신, 이순진 두 장군을 보면서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웅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본보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