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15년 엄마가 쓰고 딸이 채색한 동시집

  • 진정림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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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3   |  발행일 2017-09-13 제14면   |  수정 2017-09-13
모녀 한현정씨·서지수양
‘고자질쟁이 웃음’ 펴내
20170913
20170913



유난히 뜨거웠던 올여름을 더 뜨겁게 보낸 모녀가 있다. 바로 동시집 ‘고자질쟁이 웃음’(청개구리 출판사)을 펴낸 시인 한현정씨(48·사진 오른쪽)와 엄마를 도와 동시집에 그림을 그린 서지수양(17·효성여고 1년·사진 왼쪽)이다.

한씨는 2002년 신춘문예에 ‘야단맞은날’로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15년 동안 꾸준히 동시를 써왔다. 이번에 발간한 동시집은 그중 55편을 추린 것이다.

그의 첫 동시집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등단할 무렵 갓 돌을 넘긴 딸이 어느덧 어엿한 여고생이 돼 함께 만들었다는 데 있다. 한씨는 “그동안 밀린 숙제 하나를 끝낸 기분”이라며 “마치 날갯짓이 서툰 어린 새끼를 세상에 내놓는 어미새가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지수양은 “오랫동안 엄마가 써온 동시가 드디어 책으로 세상에 나오게 돼 기쁘다. 엄마가 한 일러스트 디자인에 채색을 했는데, 함께할 수 있어 뿌듯했다”며 웃었다.

한씨는 등단 이후 꾸준히 독서논술지도사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해왔다. 현재는 대구의 한 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주말에는 바쁜 시간을 쪼개 고령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 농사일도 도왔다. 그녀에게는 삶 그 자체가 시의 소재인 셈이다. 솟대·죽은 소들에게·할머니와 텔레비전·반지하 단칸방·대장간 소리·오래된 밥상·웃음 참는 나무·억지로 쓰는 일기·부부싸움 등 제목만으로도 읽고 싶은 충동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2016년에는 구제역에 걸린 소를 모티브로 한 단편소설 ‘하얀 짐승’이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기도 했다. 또 그림에도 소질이 있어 신조형 미술대전·대구시전·정수미술대전 등에서 민화, 한국화 부문 입선과 특선을 차지한 재주꾼이다.

한씨는 “55편의 동시를 다듬고 딸과 함께 그림을 그려 넣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모두 이 책을 내기 위한 준비 기간이고 모두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니 그동안 걸어온 길이 때로는 힘들어도 가치 있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동시집의 해설을 맡은 권영세 시인은 “한현정 시인의 동시에는 힘들고 어려운 환경을 꿋꿋하게 극복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들이 많다. 시인의 동시는 쉽고 재미있게 읽히고 시 속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 보게 한다. 곱고 아름다운 말들만으로 동시를 꾸미려 하지 않았다. 다소 투박하지만 진솔한 표현들이 오히려 독자의 마음을 끌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동시 속에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이야기가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평하면서 “현실과 상상이 조화를 이룬 동시세계”라고 극찬했다.

글·사진=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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