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홍준표의 대구행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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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1   |  발행일 2017-09-11 제31면   |  수정 2017-09-11
[월요칼럼] 홍준표의 대구행

2012년 19대 총선때, 영남일보에 등장했던 신조어(新造語)가 ‘서울 TK(대구경북)’였다. 단어만 놓고보면, 서울에서 활동하는 대구·경북 출신 정도로 해석된다. 좋다거나 나쁘다는 가치는 배제돼 있다.

하지만 ‘서울 TK’는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낙하산 공천을 비판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 서울에서 고위 공직이나 정치권에서 활동할 때는 고향을 나 몰라라 하다가 낙하산 공천으로 대구·경북에 출마하려는 인사를 의미했다. 오랫동안 고향을 지키면서 지역민들과 접촉한 인사는 배제하고, 누구를 공천해도 당선되니 ‘무늬만 대구·경북사람’을 공천해도 된다는 새누리당의 오만한 공천을 경고하는 메시지도 포함하고 있었다. 당연히 지역민들의 ‘묻지마 투표’를 반성하자는 취지도 있었다.

영남일보가 ‘서울 TK’를 언급하며 새누리당 공천 과정을 비판했기에, 19대 국회에서 지역을 지켜온 ‘토종 TK’도 국회에 진출해 지역민을 대변할 수 있었다고 필자는 본다.

2016년 총선때는 새누리당이 워낙 심한 친박(親朴) 공천을 하는 바람에 ‘서울 TK’란 용어가 지역언론에 등장할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서울 TK’란 말은 잊혀갔다. ‘서울 TK’는 보수정당 후보에게 대구·경북지역이 아주 매력적인 지역이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선거철이 아닌 요즘은 더욱 ‘서울 TK’란 말이 나올 일이 없다. 하지만 대구·경북이 보수정당 후보에게 아주 욕심나는 지역인 것은 여전하다. 그래서 필자는 ‘서울 TK’라고 쓰고, ‘보수 후보가 얻고 싶어하는 대구·경북’으로 읽기도 한다.

필자에게 ‘서울 TK’란 말을 다시 떠올리게 한 것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구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을 것 같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대구 영남고 출신이지만, 서울에서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경남에서 태어나 경남도지사를 했기에 ‘서울 TK’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서울 TK’란 말이 떠오른 건 대구·경북의 지지를 얻고 싶어하는 홍 대표의 의중이 보였기 때문이다.

2008년 18대 총선 무렵, 나는 당시 홍준표 국회의원 측근으로부터 홍 의원의 지역구를 서울에서 대구, 특히 영남고가 있는 달서구을 선거구로 옮기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역구를 옮기려는 이유가 인상적이었다. 쉽게 당선되려고가 아니었다. 언젠가는 홍 의원이 대권에 도전할 계획인데, 대구를 지역적 기반으로 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구와 경북은 행정적으로는 분리돼 있지만 정치적 성향은 같아 대구가 곧 대구·경북이라는 인식도 깔려 있었다.

홍 대표가 대구에서 정치를 하는 방법으로 공석인 자유한국당 달서구병 당협위원장을 맡는 방안이 거론된다. 달서구병 당협위원장이 아니더라도 지금 추세로 보면 홍 대표는 어떤 형태로든 대구에 정치적 둥지를 틀 것 같다. 그걸 명분으로 대구를 자주 찾아 지역민들에게 자신도 대구·경북 사람이라는 걸 인정받으려 할 것이다.

홍 대표의 대구행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너무 쉽게 국회의원 배지를 다시 달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난 홍 대표의 대구행을 환영한다. 그게 대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난 홍 대표가 국회의원 배지 욕심 때문에 대구로 오는 ‘작은 그릇’은 아니라고 본다. 만약 그런 마음이 있다면 대구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오히려 대구시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차기 대권에서 대구·경북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홍 대표의 대구행으로 대구 출신의 대권 주자가 한 명 더 생긴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대구에는 이미 잠재적인 차기 대권 후보가 2명이 있다. 민주당 소속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이다. 홍 대표까지 합류하면 대구를 기반으로 하는 대권 후보가 3명이나 되는 것이다. 모두 소속 정당이 다르다. 대구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대권 후보들의 경쟁은 소속 정당의 대구 민심을 얻기 위한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결국 대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이 같은 생각은 홍 대표가 진정성을 갖고 지역민들에게 다가간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앞으로 홍 대표의 행보가 더 주목되는 이유다.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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