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배운 심폐소생술로 할머니 구한 중3생들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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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7  |  수정 2017-09-07 07:23  |  발행일 2017-09-07 제11면
대구 강동중 최우성·박민성군
치매 할아버지 바래다주던 중
집안 쓰러진 할머니 응급 조치
학교서 배운 심폐소생술로 할머니 구한 중3생들

중학 3년생들이 평소 익힌 심폐소생술로 집 안에 쓰러진 할머니를 구한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전 10시30분쯤 대구 동구 강동중 부근. 송모 할아버지(83)가 이 학교 3학년 최우성·박민성군(16)에게 다가와 다급한 표정으로 “전화를 빌려달라”고 말했다. 최군과 박군은 농구대회 참가를 위해 학교로 걸어가고 있던 중이었다. 최군 등이 전화기를 건네자 송 할아버지는 딸(46)에게 전화를 걸어 어눌한 말투로 “아내가 아프다. 힘들다”는 말을 했다. 알고 보니 송 할아버지에겐 치매 증세가 있었다. 이에 최군 등은 할아버지의 딸 부탁에 할아버지를 집까지 바래다드렸다.

하지만 최군 등이 송 할아버지 집에 들어서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할아버지의 아내 권모 할머니(82)가 거실에 쓰러져 있었던 것. 할머니는 몸을 흔들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고, 호흡도 거의 없는 상태였다. 위급한 상황임을 직감한 최군은 할머니에게 심폐소생술을 했다. 박군은 딸 송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린 뒤 119에 신고했다. 학생들은 119구조대가 올 때까지 할머니의 팔과 다리를 계속 주물렀다.

할머니는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 의식을 되찾았다. 병원 측은 지병이 있던 할머니가 약을 평소보다 많이 복용해 쇼크 상태에 빠진 것이라고 밝혔다. 딸 송씨는 “어머니가 병원에 조금만 늦게 도착했더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학생들이 어머니 생명의 은인”이라며 “학생들이 농구대회가 끝난 뒤에도 문자로 ‘할머니 괜찮으시냐’고 안부를 묻기도 했다. 너무 착하고 가정교육을 잘 받은 것 같다. 학생들의 선행이 사회에 귀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군과 박군은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처음에 할아버지가 어딘가 편찮아 보여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할아버지 집에 도착해 할머니가 쓰러져있는 것을 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배운 심폐소생술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강동중은 이들 학생에게 모범학생 표창을 수여할 계획이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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