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경북도 육지 속 섬마을에 다리를 놓고 싶다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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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6   |  발행일 2017-09-06 제30면   |  수정 2017-09-06
육지속 섬마을 된 경북오지
서해안에 비하면 도로 열악
정부 귀닫고 제대로 안들어
대폭 삭감 내년 道SOC예산
국토균형발전 차원 회복을
[동대구로에서] 경북도 육지 속 섬마을에 다리를 놓고 싶다
전영 경북본사 1부장

새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발표되면서 대구·경북은 그나마 걸었던 기대치가 완전히 무너졌다. 특히 교통오지로 불리는 경북 북부지역의 SOC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목표는 여전히 남의 이야기다.

경북도의 주요 현안사업 가운데 광역SOC인프라 구축을 위한 12건을 살펴보면 보령∼울진 간 고속도로, 영덕∼삼척 간 고속도로, 영일만 횡단구간 고속도로, 남부내륙철도 건설, KTX구미역 연결 도로 등 무려 5건이 단 한 푼의 국비도 확보하지 못했다. 그나마 중부내륙 단선전철사업이 당초 요구안의 73% 정도를, 중앙선 복선전철화사업이 절반 가까이 확보한 것이 위안거리다.

대한민국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서해안과 경북 북부를 포함한 동해안의 도로 사정이 엄청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해안을 따라 다양한 고속도로와 국도가 놓인 반면 동해안은 제대로 된 도로를 찾기가 어렵다. 물론 태백산맥 등 높은 산악지형으로 도로 건설이 여의치 않다는 점도 일견 수긍한다. 그러나 의지의 문제다. 정부가 의지가 있었다면 이렇게 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기획재정부 간부 공무원은 SOC사업비 축소와 관련해 한가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예산 가운데 SOC 사업비는 전년 대비 20% 정도 줄어들긴 하는데 지금까지 집행이 안 된 사업비가 적지 않아 이 같은 이월 예산이 지원되고 올해 완료되는 사업까지 감안하면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도는 내년도 12개 SOC예산으로 2조2천320억원을 요구했으나 정부 확정안은 34%인 7천638억원이다.

그의 말처럼 전년 대비 20%가 줄었다고 하지만 내년도 국비 요구안과 정부 확정안을 비교해 보면 무려 66%가 삭감됐다. 경북도가 필요없는 국비를 요구한 것일까?

그는 한술 더 떠 대구경북지역 기자들을 불러 놓고 “2019년부터는 경북도가 SOC 관련 예산을 거의 확보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대구경북이 보다 많은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선 사업성 있는 사업 몇 개를 선정해 특화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은 앞으로 대구경북에서는 도로나 철도는 놓을 생각을 하지 말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도청 신도시에서 1시간30분이나 자동차를 달려가야 하는 봉화나 영양에서 한번 살아봐야 이런 말이 쑥 들어갈 것인지.

대구경북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부 정책이 하나 있다. 인천을 비롯해 부산과 경남도까지 동해를 제외한 남서해안의 섬을 모두 다리로 연결하는 ‘연도연륙교 사업’이다. 남해안과 서해안의 수많은 섬들을 자동차로 방문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다는 이야기다. 벌써 10년도 넘게 이 사업은 진행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수십조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많게는 수만 명에서 적게는 수백 명이 살고 있는 섬까지 모두 다리를 놓아 섬을 육지로 만들고 국토의 효용가치를 높이겠다는 뜻은 나무라지 않겠다. 그러나 바다 위로 다리 하나 건설하는 데 드는 돈이 얼마인지를 생각해보고, 그 효용가치를 따진다면 결코 경제성이 있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후된 경북 북부지역에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전철을 놓아 달라는 요구에는 인색하기 그지없는 정부다. 섬 사람들은 국민이고 육지의 교통 오지 사람들은 국민이 아니라는 말인가. 섬에는 그나마 배라는 교통수단이라도 있지만, 산골 오지인 육지 속의 섬에는 배도 없다. 튼튼한 다리로 하릴없이 걸어다녀야 한다.

서울에 살고 있는 고귀하고 높은 나랏님들아! 그대들의 부모가 살고 있고 형제가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이곳에 며칠이라도 살아보라. 아마도 당신들은 하루이틀도 견디지 못하고 “아이고,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요”라며 줄행랑을 칠 테니까.전영 경북본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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