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종교개혁 500주년 어떻게 맞이할 건가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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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5   |  발행일 2017-09-05 제30면   |  수정 2017-09-05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론
500년전 중세교회 향했던
루터의 경고와 다르지 않아
省察과 自省의 자세로
사회 신뢰·존경 회복해야
[화요진단] 종교개혁 500주년 어떻게 맞이할 건가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분당우리교회가 화제에 올랐다. 설립 15년이 된 이 교회는 신자가 1만여명이나 되지만 여느 교회와 달리 별도의 교회 건물이 없다. 학교 강당을 빌려 예배를 드린다. 예배시간 헌금 바구니를 돌리는 풍경도 없다. 교회 건물을 지을 돈으로 해외선교와 청소년 교육, 사회복지에 관심을 둔다. 이 교회가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기존 신자(다른 교회에 등록된 사람)를 받지 않는다. 교회 대형화에 대한 유혹을 떨치기 힘들 터인데 여전히 그런 방침을 유지하고 있을까, 조금은 예외를 두지 않을까 하는 궁금함이 일었다. 분당우리교회로 전화를 걸었다. “기존 신자들은 등록할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교회 이찬수 담임목사는 대구에서 학창시절(경북대 3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사회학 전공)을 보냈다. 비슷한 또래로 가끔 만났던 기억에 의하면 그는 ‘정의롭고, 보수적 신앙교육이 몸에 밴 모범적 크리스천 청년’이었다. 그는 목회 방침을 이렇게 말한다. “대형교회 위주로 몰리고, 작은 교회는 유지조차 어려운 상태를 방치하면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기존 신자 등록을 받지 않는 것은 분명 최선은 아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많은 교회들이 어려움에 빠져 있음을 잘 알기에 차선으로 선택한 일이다.”

종교개혁은 당시 교황청의 잘못된 성전 신축에서 촉발됐다. 암흑의 중세유럽, 흑사병으로 수천만 명이 죽어나갈 때 교회는 성전 지을 돈을 모은다는 명목으로 면죄부(免罪符)를 팔았다. “금화가 면죄부 헌금함에 떨어지며 ‘땡그랑’ 소리를 내는 순간, 영혼이 천국으로 올라간다”며 미혹했다. ‘죄를 면제받은’ 교인들에게 고해성사는 한갓 거추장스러운 의식(儀式)에 불과했다. 루터를 찾는 고해성사의 발길도 뜸해졌다. 루터는 ‘95개 논제’를 통해 종교개혁의 시작을 알렸다. 그가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95개 논제’를 붙인 게 1517년 10월31일. 꼭 500년 전이다.

교회의 부패와 특권, 물신주의, 기복신앙에 대한 루터의 경고는 500년 전 중세교회를 겨냥했던 것이지만 500년이 지난 오늘, 그의 정신은 한국교회를 향해서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교회는 지난 100여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크고 작은 교회는 8만개에 가깝다. 교인 수 967만명, 안수목사만 15만여명, 한 해에 1만명의 목회자가 배출된다. 연간 예산이 1천억원 넘는 교회가 생겼다. 세계 최대 교인 수를 가진 교회를 자랑하고, 미국 다음으로 많은 선교사를 지구촌 각지에 보낸다. 개화기, 일제 항일운동, 광복 후 국가건설과 6·25전쟁, 근대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의 활약은 진정 자랑스러운 것이었다.

그런 한국교회에 위기론이 팽배하다. 교회 안팎의 전문가 대다수는 부패와 세속화, 물량주의와 특권, 정치세력화와 권위주의, 기복신앙에서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를 찾는다. 500년 전 중세교회를 향했던 루터의 경고와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한국교회와 중세교회를 동일시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고, 위기의 문제점 대부분이 일부 대형교회와 교계 지도자에 제한된 일이긴 하다.

그러나 위기론을 한국교회 위기의 전조(前兆)로 받아들이는 것은 의미 있다. 100년 전 종교개혁 400주년을 맞아 독일에서 벌어진 ‘루터 르네상스운동’을 지금의 한국교회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이 운동은 개신교가 16세기 중세교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자성에서 시작됐다. 타락한 중세교회와 성직자 특권을 비판하면서 출발한 개신교회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는 반성이다. 교회세습과 성직 매매, 불투명한 재정 집행, 최근 일련의 교계 지도자급 인사들의 일탈행동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사회가 교회를 외면하는 것은 교회가 사회를 그만큼 외면해 온 탓이 크다. 이런 지적을 악한 세력의 공격이라 폄훼만 해선 안 된다. 유례없는 성장에 대한 감사와 함께, 한국교회는 성찰과 자성의 자세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신뢰와 존경심을 회복할 수 있다.

이재윤 (경북본사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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