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안철수와 TK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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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1   |  발행일 2017-09-01 제23면   |  수정 2017-09-01
[조정래 칼럼] 안철수와 TK
논설실장

안철수가 돌아왔다. 대선에 패배한지 채 4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제보조작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발표한지 불과 한 달 만에 정치 전면으로 컴백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51.09%의 득표율로 국민의당 새 대표에 선출됐다. 이로써 지난 5·9대선에서 2·3위를 했던 패장들이 정치적 숙려 기간도 거치지 않고 링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우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리턴 매치를 예고하고 있다.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성찰도 없이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홍준표 한국당·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같은 조기 등판이 우리 정치사에 유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선택이 독배(毒杯)가 될지 성배(聖杯)가 될지 예단은 금물이지만 그가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미스터리적 결단을 한 배경은 짐작할 만하다. 통상의 정치공학적 셈법에 의하면 내년 지방선거 패배 후 와해 직전의 당을 재건하는 구원투수로 나서는 게 안성맞춤인 구도고 ‘그림’이다. 이런 계산은 누가 봐도 자연스럽다. 정치인 안철수 개인은 실패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는 그의 정치적 무덤이 될 수 있다. 주위의 만류를 뿌리친 그의 역선택은 정치생명을 걸었다는 점에서 모험이다. 그의 이러한 배수진은 결과적으로 ‘안철수 대안론’을 넘어서면서 ‘안철수 대세론’을 만들어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태생적으로 한 뿌리인 민주당에 흡수되거나 공중분해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또한 안철수의 조기 정치실험을 촉발한 기폭제였다.

대안부재 상황에서 간택된 안철수에 대한 정치적 전망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폐기시킬 수도 있었던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준 당내 입장에서는 지지율 바닥의 위기 국면을 타개하려면 호남과 안철수를 동시에 끌어안아야 했고, 그래야 지방선거에서 그나마 한 번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를 걸었지 싶다. 그의 어깨에는 개인적 정치 생명과 바람 앞에 등불 같은 당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말이다. 외부에서 보는 한 긍정적 시각은 ‘제3의 길’을 가는 제3당으로서 집권당의 오만과 질주를 견제하고 국정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합리적 중도의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으로 이어진다. 반면에 그가 표방하는 중도·실용의 정체성이 모호하고 대안정당으로서 역할도 미흡하다는 우려의 시선은 간단치 않은 부담이다.

안철수 앞에 놓인 과제는 산적하고, 그것들 모두 하나같이 쉽지 않다. 낮은 당 지지율 끌어올리기와 미미한 존재감 회복은 화급하다. 안 대표가 무엇을 재료 삼아 어떤 정치력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하는 야당이 아닌 건설적 야당이 되겠다’고 했는데,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지도 관심사라 하겠다. ‘호남 플러스 알파’로 명명되는 국민의당 전국 정당화는 당의 존립 기반을 새로 닦는 일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영남 공략은 DJ의 ‘동진정책’ 등 이전 실험들의 실패를 거울삼아야 할 터이다. 관건인 인재영입의 경우 지역적 기반이 가장 취약한 TK에서 어떤 인재 풀을 구성할 수 있을지 예견조차 어렵다.

TK가 안철수의 정치행보를 어떻게 바라보고 무슨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국민의당의 TK공략 이전에 정립해야 할, 안철수가 던진 지역의 의제이기도 하다. 친문패권을 극복하고 다당제 민주주의를 하자는 그의 선언은 TK가 끌어안아야 할 정치적 가치와 상통한다. 그동안 TK는 적대적 공생구도 속 양당제와 그로 인한 폐해로 가장 큰 피해를 입어 왔다. 국민의당은 현재 TK가 불모지나 다름없지만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와 선거공조 등으로 모처럼 맞은 다당제 구도와 정치적 다양성을 지켜나가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인위적인 정계개편이 역풍을 맞는 상황에서 투표를 통한 보수대통합을 요구하는 것은 일당독점이란 과거의 향수이자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안철수와 TK, 두 항의 동질감이 선뜻 와 닿지는 않는다. 안철수의 파격적인 정치결단이 정치적 다양성을 염원하는 TK의 세력들을 엮어낼 수 있을 것인지, 그래서 TK의 선택과 상보적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주목된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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