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뇌를 예쁘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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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8   |  발행일 2017-08-28 제30면   |  수정 2017-08-28
뇌세포 노화를 막으려면
책읽기와 운동이 큰 도움
美 CNN·英 BBC 방송
종일 동시통역으로 연결
시야·관심 폭 넓혀줬으면
20170828
박소경 호산대 총장

100세 시대라고 한다. 첫 30년은 정규교육과 훈련에 시간을 투자하고, 그다음 30년은 일에 헌신한다. 그러고 나면 60세, 정년이라는 나이다. 계속 배우면서 일해야 하는 시대라는데, 과연 얼마만큼의 사람에게 재교육이 가능한지, 또 언제까지 학습이 가능한지가 요즘의 내 관심사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인격에 손상이 나타나는 치매, 뇌 세포의 노화로 오는 이 질환에 대해서는 셀 수 없을 만큼의 연구결과가 쌓여 있고, 이 시간에도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마어마한 논문의 양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덜 흉한 모습의 노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론은 아주 간단하다는 것이 이 질환의 특징이기도 하다. 단 두 가지이다. ‘책을 읽어라’와 ‘운동하라’인데, 둘 중에 무엇이 먼저냐 하는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성균관의대 신경과 나덕렬 교수는 “모니터를 멀리하라”고도 했다.

노화로 인지 능력이 떨어질 때 가장 먼저 손상을 보이는 곳은 뇌의 맨 위쪽에 해당되는 전두엽·두정엽·측두엽이다. 이곳에 저장된 것은 경험 기억과 의미 기억으로, 의미 기억이란 의미를 부여하며 외운 지식을 말한다. 과일의 씨와 같은 뇌 중심에는 무서웠던 감정이 저장된 편도체, 본능의 뇌인 시상하부, 기저핵이 모여 있다. 생존을 위한 공격성과 분노의 감정이 인접해 있는 이곳은 대뇌 바닥의 둘레를 도는 가장자리라는 뜻에서 변연계라고 부른다. 슬퍼해야 할 일에 분노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변연계 때문이며, 위쪽 이성의 뇌가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분노는 1차 감정, 이성이 작동하는 슬픔은 2차 감정이다. 즉 분노는 원시 감정이지만, 슬픔은 격이 위인 셈이다. 기저핵에는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주입된 무의식과 자신이 쌓아놓은 신념이 들어 있다. 따라서 정신 건강을 해치는 경험은 적을수록 좋으며, 강한 신념이란 건 좋은 것이 못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저장된 부위가 타 경험 기억과는 다르다는 말이다. 왜곡된 신념은 맨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따라다닌다.

나에게 가족의 의견에 귀를 막는 부분이 있는지, 독단적인 성격을 가진 가족 구성원이 있는지 살펴보라. 사고의 유연성을 기르는 일은 의외로 매우 중요하다. 아래쪽 뇌에 해당하는 소뇌와 뇌줄기에 저장된 방법기억, 즉 숟가락 잡는 것, 세수 하는 것 등은 비교적 늦게까지 유지된다.

당대에 달성하기 어려운 것 중에 책읽기도 속한다고 본다.

유럽에서는 16세기 이후 일반인을 위한 의학과 건강 관련 서적이 각 지역의 언어로 출판되면서 수차례의 재판 인쇄를 거쳤다고 한다. 1800년대 독일, 프랑스, 영국에서는 과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대중 강연이 붐을 이루어 청중을 구름처럼 끌어모았으며, 문학 살롱에서는 과학과 예술과 정치에 대한 열변이 이어졌다. 17세기 일본은 교토, 오사카, 에도(지금의 도쿄) 같은 도시들의 발전이 여성과 남성, 농민, 수공업자, 상인 등 다양한 대중을 겨냥한 서적 인쇄의 급증과 함께 이루어졌다. 그때 우리에겐 과거시험이 있었고, 그 모습은 지금의 입시지옥과 비슷한 그림이라는 게 참 씁쓸하다. 우리가 놓친 계몽 시대. 20~30년간 경제 분야에서 압축 성장을 이루었듯이 사고 분야랄까, 글로벌한 시민 교육이랄까, 고급문화쪽으로 급성장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그리고 그 질병이 온다면 예쁜(?) 치매가 될 수는 없을까.

하나를 제안하려 한다. 지금 우리의 상황으로 보아 책읽기를 시작하기는 어렵겠고 TV 모니터로 대체하는데, 영국 BBC와 미국 CNN을 동시통역으로 하루 종일 연결해 주면 좋겠다. BBC는 교육 프로그램이 좋고, CNN으로는 세계 정세를 바로 읽을 수 있다. 영어 전공자들 취업도 되고, 학생들에겐 영어 공부에 자극이 되며,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지내는 성인들에겐 시야와 관심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본능만 키우는 방송이 두렵다.박소경 호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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