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지방분권이 정의다’ .9] 지방분권개헌 반대의 파고를 넘어라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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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8   |  발행일 2017-08-28 제3면   |  수정 2017-08-28
“지방분권 반대론자의 불신은 지역 혁신으로 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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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린 ‘지방분권형 개헌과 지역균형발전 영·호남 대토론회’에서 대구와 광주지역 인사들이 지방분권 실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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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5일 국회 개헌특별위원회가 첫 전체 회의를 열고 본격 개헌 논의를 시작했다. 1987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 차원의 개헌 특위가 가동된 것이다. 국회의원 36명으로 구성된 개헌 특위는 1소위원회와 2소위원회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1소위원회는 기본권·지방분권·경제를, 2소위원회는 정부형태·정당·선거제도·사법부에 대해 각각 논의하고 있다. 개헌 특위는 내년 2월까지는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개헌특위 산하 자문위원회 지방분권분과는 학계 및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지방분권 관련 개헌 합의안을 국회에 공식 제출했지만, 이 합의안이 그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개헌까지는 적지 않은 반대와 회의론에 부딪혀야 하고, 지방은 이를 논리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개헌특위 회의록 분석 등을 통해 지방분권에 대한 오해·우려 목소리와 그에 대한 반론을 ‘질의응답(Q&A)’ 방식으로 재구성해 봤다.

 Q) 지방분권, 아직 시기상조인가?

A) 일각에선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역사가 길지 않아 아직 지방분권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분권 역사가 25년밖에 되지 않고, 중앙집권의 역사가 길어 지방분권을 헌법으로 보장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열린 국회 개헌특위 1소위원회 회의에서 한 야당 의원은 “우리나라는 1천년 이상 중앙집권을 했던 나라이고, 땅(국토)이 비교적 좁다”라며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에 지방분권론자들은 지방분권적 전통이 없었다는 것은 반대 논리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지나친 중앙집권의 전통은 지방분권의 장애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분권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는 것. 전통만큼이나 초중앙집권의 폐해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지방 현장에서는 분권의 열의가 더욱 강하다. 지자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방분권 시대를 준비해왔다. 예를 들면 대구시의 경우 ‘주민참여예산 시민투표’ ‘마을 계획단 사업’이 대표적이다.

◆짧은 분권 역사 개헌에 회의적
1천년 중앙집권…폐해 고착화
지자체 각자 방식으로 분권 준비
대구도 주민참여예산투표 시행

◆분권이 ‘빈익빈 부익부’?
지자체간 재정 격차에 대한 우려
獨·佛처럼 재정조정제로 최소화


대구시는 올해부터 시정참여형 주민제안사업(85억원) 최종선정 방식을 종전의 참여위원 투표(100%) 방식에서 참여위원(70%)과 시민(30%)이 함께 투표하는 방식으로 변경·시행하고 있다. 마을계획단 사업은 동(洞)별로 주민 20~30명으로 이뤄진 마을계획단이 직접 마을의 문제와 의제를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다가오는 지방분권 시대에는 주민들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며 “주민참여예산 시민투표 등은 참여 민주주의를 연습하고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Q) 지방분권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한다?

A) 지방분권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해 국가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재정분권을 했을 경우 도시와 농어촌, 산업기반이 탄탄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간 세원 격차로 지역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정부에서 각 지역에 재정을 배분하는 방식이 그나마 지역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은 국가재정, 지방행정의 비효율과 낭비 등 각종 부작용을 불러왔고, 재정분권을 통해 지방재정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지자체는 매년 예산철만 되면 중앙정부에 가서 예산을 타내는 일에 상당한 행정력을 쏟아붓고 있다. 이런 방식 때문에 중앙정부를 상대로 얼마나 예산을 확보했냐는 것이 단체장이나 지역 정치인들의 치적으로 둔갑하곤 했다.

그렇다면 재정분권 후에도 지역격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바로 ‘재정조정제도’라는 것이 있다. 재정조정제도는 독일, 스위스 등 지방분권이 강한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2003년 지방분권 개헌을 한 프랑스도 헌법에 재정조정제도(법률은 지자체 간 형평을 촉진하기 위해 재정조정제도를 정한다)를 명시했다.

국회 개헌특위 지방분권분과 간사인 김성호 자치법연구원 부원장은 “분권개헌안에는 지방정부가 자체사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주재원이 보장될 수 있도록 규정했다”며 “중앙정부와 세원이 풍부한 지방정부가 세원이 빈약한 지방정부로 재원을 재분배하는 수직적 및 수평적 재정조정제도를 도입하면, 재정분권으로 인한 지자체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Q) 지방을 믿을 수 없다?

A) 지방분권 개헌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지방에 대한 불신’이다. 지방행정과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그것이다. 지방분권 개헌 반대론자들은 현 상태에서 지방에 권한과 재정을 더 주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물론 지방에서 이 같은 불신을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 지방자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의회는 그동안 각종 비리에 연루되면서 스스로 신뢰도를 하락시켰다.

최근 우리복지시민연합이 발표한 ‘대구 기초의원 임기 내 비리 및 사직(퇴)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구지역 역대 기초의회 의원 중 직권 남용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된 의원은 모두 39명에 이르며, 그중 18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자체의 선심성·낭비성 예산 집행 등 방만한 지방재정 운영사례도 신뢰도에 금이 가게 한 요인이다. 단체장 치적쌓기용 사업이 한 예다.

하지만 지방분권론자들은 지방에 대한 불신을 ‘지역 혁신’으로 돌파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인 경북대 김형기 교수(경제통상학부)는 “지방분권개헌 즉,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려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을 보완할 만한 방안이 있다. 바로 ‘지역 혁신’”이라며 “현재와 같은 지방의 기득권 구조를 그대로 둬선 안 된다. 일당독점, 권위주의, 지방의 기득권 체제를 혁신해야 한다. 지자체 공직자와 지역 정치인들도 혁신을 해야 한다. 높은 수준의 지방분권을 달성하려면 획기적인 지역혁신도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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