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도올 김용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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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6   |  발행일 2017-08-26 제23면   |  수정 2017-08-26
[토요단상] 도올 김용옥
노병수 칼럼니스트

요즘 인문학이 대세(大勢)인가 보다. 너도나도 인문학 강좌를 개설한다. 그 수많은 강좌 가운데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인문학극장’이 가장 눈길을 끈다. 지난해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최재천 국립생태원장, 소설가 이문열을 초대해서 짭짤한 재미를 봤다. 연달아 부른 장하성 고려대 교수,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정호승 시인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도 그에 못지않았다. 거듭 재미를 보더니 올해는 첫 손님으로 도올 김용옥을 불렀고, 이어서 정신과 의사 윤홍균과 전원책 변호사를 무대에 올렸다.

그 덕분에 지난주 도올이 대구에 왔다. 과문(寡聞)해서 모르긴 해도 도올의 대구 강연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는 참으로 특이하다. 우선 전공부터가 하나둘이 아니다. 고려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으나 졸업은 철학과로 했다. 한신대에서 신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대만과 일본으로 가서 타이완대와 도쿄대에서 각각 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대를 다니다가 박사학위는 하버드대에서 받았다. 나이가 들어 원광대 한의학과를 졸업해 한의사 자격도 가지고 있다.

직업은 더욱 화려하다. 우선 그가 고려대 교수였고 철학자이며 사상가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도올한의원 원장을 지낸 한의사라는 것도 아는 사람은 안다. 그러나 손진책·김성녀 등과 극단 ‘미추’의 단원으로 활동한 연극인이라는 점에서부터 사람들은 놀라기 시작한다. 전통음악의 거장 박범훈·송방송 등과 ‘악서고회(樂書孤會)’를 만든 국악인이요, 김병종·김호득 등과 ‘도도회’를 만든 미술인이라고 하면 놀라움은 더욱 커진다. 영화판의 그를 보면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 ‘취화선’ 등 4편의 영화 각본을 썼고 2편에 직접 출연을 했는데, 그중 하나는 그가 주연이었다.

놀랄 얘기는 아직도 멀었다. 도올이 2개 일간지 기자를 지낸 언론인에다 용인대 유도과 교수를 지낸 무도인(武道人)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저술활동도 놀랍다. 어느 날 그의 저서를 세어본 적이 있는데, 60권을 넘기고 포기하고 말았다. 에세이나 철학서적, 동양고전은 그렇다 치고 ‘요한복음강해’와 ‘도마복음이야기’ 같은 기독교 서적은 왜 그리 많은지, 의학 전문서적도 4권이나 있었다.

다시 대구 강연 얘기로 돌아가면, 도올이 온다는 소식에 솔직히 ‘그를 불러 어쩌려고 하나’ 걱정이 먼저 들었다.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그는 천하가 아는 골수 진보인데다 말을 너무 거침없이 한다. 과거 현직 대통령의 하야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때로는 TV 녹화 도중에 육두문자를 마구 내뱉기도 했다. 하이톤으로 한창 열을 올려 얘기를 작열(灼熱)시키면, 이건 취권인지 당랑권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보수는 대개 그를 싫어한다. ‘도올 김용옥 비판’의 저자 김상태는 그를 세태에 편승한 가짜 지식인 ‘올씨’라고 부른다. 그러니 걱정이 아니 될 수가 없다.

그러나 이날 그는 점잖았다. 이렇게 반겨줄 줄 몰랐단다. 대구 사람들 앞에 서니 너무 떨린다며 너스레까지 떨었다. 그러면서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반주가 준비된 것을 보면 떨린다는 말은 그냥 해본 소리였을 것이다. 실제 강연도 그랬다. “대구에 오자마자 2·28학생의거기념탑부터 찾았다”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대구에서 출발했다”는 대구 칭찬으로 일이관지(一而貫之) 했다. 덕분인지 강연이 끝나고 팬 사인회는 보기 드문 장사진을 이뤘고, 그가 가져온 신간 ‘도올의 로마서 강해’는 순식간에 동이 났다. 도올이 다녀간 대구, 얼마나 달라질까. 노병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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