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숙제 제대로 안한 교육부

  • 박종문
  • |
  • 입력 2017-08-23   |  발행일 2017-08-23 제30면   |  수정 2017-08-23
2015 교육과정 개편 방향은
주입·암기식 교육 탈피하고
창의융합적 인재 육성 목적
수능 절대평가 필요한데도
교육부, 대비 안해 혼선 초래
20170823

2015년 9월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 발표했다. ‘공교육 정상화’를 통해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교육과정을 개편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학교교육이 안고 있던 과다한 학습량으로 인한 진도 맞추기식 수업 문제, 어려운 수학시험 문제로 인한 수포자(수학포기자) 양산, 학습 흥미도 저하 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또 우리나라가 근대화 과정에서는 선진국을 따라잡는데 필요한 암기식 수업이 유용했지만, 앞으로는 기술발전을 선도하는 창의융합형 인간 육성을 위한 교육개편의 필요성을 반영했다. 이 과정은 2018학년도부터 초·중·고교에 적용하기로 했다.

연장선상에서 내년 고1년부터는 문·이과 통합교육을 실시하기로 하고 통합적 사고력을 키우는 통합사회 및 통합과학 과목을 신설했다. 또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협력학습, 프로젝트 수업 등을 통해 학생들의 문제해결력, 의사결정력 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탐구활동 등에서는 하나의 정답을 찾기보다는 ‘다양한 답이 가능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한마디로 주입식·암기식 교육에서 탈피해 토론과 협업을 통해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를 육성해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인재양성상과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선제적인 교육과정 개편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되는 내년 고 1년이 치르게 되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두고 극심한 혼란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교육부가 일부 영역 절대평가(1안)와 전 영역 절대평가(2안) 2개안을 내놓은 이후 4차례 진행된 권역별 공청회에서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기본적으로 수능절대평가 도입 자체는 교육주체가 모두 동의하는 사안이지만 현실적 부작용을 들어 단계적 추진을 해야한다는 측과 교육현장의 모순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전면 도입을 주장하는 측간에 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수능 절대평가안은 기존 상대평가 수능제도의 근본골격을 바꾼다는 점에서 논란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이 논란을 지켜보면서 교육부가 지난 2년간 수능제도 개편방안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교육부는 2년 전 교육과정 개편을 발표하면서 곧바로 새 교육과정에 맞는 수능 개편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시작해 2021학년도 수능개편안을 2017년에 확정 발표하기로 했다. 또 고교의 경우 바뀐 교과과정 및 수업 등을 고려해 내신 절대평가제 및 고교학점제 등에 대한 것도 올해 발표하기로 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모두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수능개편안은 무책임하게 두 가지 안을 내놓아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고, 고교학점제나 내신 절대평가제는 아예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 결국 2015 교육과정 개편 발표 후 2년이라는 긴 시간을 교육부가 허송세월로 보내면서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자초한 꼴이 됐다. 지난해 느닷없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고, 탄핵에 이은 대통령 보궐선거, 교육부장관 임명지연 등 어쩔 수 없는 사정을 이해하더라도 지나치게 무책임한 대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2015학년도 교육과정 개편안은 사실 수능 절대평가가 전제되지 않으면 학교현장에서 안착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사실은 교육부가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를 시행하되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점을 충실히 보완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선택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중대결정을 하기에 남은 열흘이 촉박하기는 하지만 교육부는 미래 인재육성에 걸맞은 최선의 선택을 하기 바란다.

박종문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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