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시공간을 넘나드는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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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3 07:50  |  수정 2017-08-23 07:50  |  발행일 2017-08-23 제23면
[문화산책] 시공간을 넘나드는 연극
박지수 <극단 에테르의 꿈 대표>

연극 한 편을 올리기 위해 제작의 목적과 계획을 세우고, 연습과정을 거쳐야 하며, 음악을 찾고 편집하게 된다. 여기에 의상을 찾아다니거나 제작하고, 무대를 만들어 세우며, 조명을 달고 빛을 조절하고 기억시켜야 한다.

그러고 보면 연극은 일이 참 많다. 그렇지만 그 일은 공연이 진행되는 단 한순간에 이뤄진다. 그 단 한순간을 위한 작업은 어떤 이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안겨다 주고, 어떤 이에게는 공허함과 후회를, 또 어떤 이에게는 행복과 기쁨을 남겨준다.

시대가 하루가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인류는 산업화를 거쳐서 1·2차 세계대전을 겪었고, 급진적인 발전을 이뤘다. 우리가 살아온 세월들 속에 정보통신망이 발달하는 과정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시대에 이르렀고, 인류는 사실상 시공간을 넘나드는 영역에까지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허나 우주의 시공간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그 이상의 규모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시공간에 대한 갈망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누군가 “이 힘들고 일이 많은 연극을 왜 굳이 계속하고 있느냐”고 필자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 연극이 가진 마법 같은 힘에 대해 아주 길게 얘기했던 기억이 있다.

인간이 가진 인생의 시공간은 우주의 시공간이 비해 매우 짧은 한순간이다. 그러나 그것을 살아가는 우리는 여러 과정을 거치며 어떨 땐 중요한 가치를 느끼며, 어떨 땐 행복과 기쁨을, 어떨 땐 공허함과 후회를 느낀다. 어쩌면 그것은 어떤 연극을 연습하고 제작하는 과정과 실제 무대에 올려 공연하게 됐을 때 과정과 무척 닮아 있다.

그리고 분명한 건 공연을 하게 되는 순간과 공연을 지켜보는 순간, 그 짧은 순간은 우리 인생에서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모든 시공간을 느낀다.

물론 다양한 매체를 통해 펼쳐지는 여러 스토리가 존재하지만, 이것들은 사실 우리들의 눈앞에 직접적으로 펼쳐지지 않는 이야기들이라 쉽게 잊히거나 지워진다. 그러나 연극은 공연이 이뤄지는 그 단 한순간, 우리들의 삶을 녹아내고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공간을 창조해내며 그곳에 빠져들도록 만들어버린다.

가장 마법 같은 것은 이 모든 일말의 과정이 혼자가 아닌 함께 이뤄진다는 것이다. 바로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다. 박지수 <극단 에테르의 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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