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예술인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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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3 07:48  |  수정 2017-08-23 07:48  |  발행일 2017-08-23 제23면
[취재수첩] 예술인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최미애기자 <문화부>

2만원. 최근 대구 지역 뮤지션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돈의 액수다. 지역 뮤지션이 발매한 음반이나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내는 입장료가 아니다. 최근 지역의 한 기획사가 뮤지션들에게 공연을 요청하며 언급했던 교통비의 액수다.

지역의 9개 팀은 최근 이 기획사로부터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다음 달 열리는 서문시장 글로벌 대축제 참가 여부를 문의하면서 공연비 대신 교통비로 1인당 2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연락을 받은 뮤지션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컬러풀페스티벌과 치맥축제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획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뮤지션 A씨는 “출연료로 보통 100만원을 받는다. 대부분 ‘사정이 있어 100만원은 어려운데 80만원에 해줄 수 있냐’고 하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또 “이런 식으로 뮤지션을 대하면 앨범을 내기 위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음악만 하는 사람들은 너무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기획사는 해명에 나섰다. 지난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획사 관계자는 “아직 최종적으로 금액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버스킹팀으로 섭외를 했기 때문에 교통비 2만원을 지급하고 식사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버스킹을 하면 보통 CD를 판매하거나 모금행위를 하기 때문에 출연료를 줄 수 없다고 했다.

기획사 관계자는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하고, 무대와 음향 설비가 갖춰져 있으니 시내에서 버스킹을 하기보다는 여기서 하는 게 어떠냐, 교통비 지원을 해주겠다고 뮤지션들에게 물어보는 과정에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축제에서 뮤지션 섭외 과정의 이 같은 ‘열정 페이’ 논란은 꾸준히 있었다. 대구에서 뮤지션들이 각자의 출연료 기준을 정하고 당당하게 얘기하기 시작한 게 1년도 되지 않았다. 지역에서 활동 중인 밴드의 리더는 “출연료는 정당하게 줘야 하고, 이 뮤지션들은 버스킹팀으로 포함시키는 게 맞지 않다”며 “버스킹에 대한 이해도 잘못 된 것 같다. 버스킹을 하기로 했다면 돈을 주는 게 아니라 공간을 주고 자유롭게 공연을 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예술가의 활동에 대해 정당한 금액을 지급하지 않는 건 대중음악 외에 연극을 비롯한 다른 문화예술계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다.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서 몇달간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고도 출연료를 지급받지 못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는 예술인이 노동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를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대구가 스스로를 ‘공연문화도시’라고 하고 싶다면, 예술가들에게 정당한 대가가 지급될 수 있도록 먼저 관련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최미애기자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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