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基底효과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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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2   |  발행일 2017-08-22 제31면   |  수정 2017-08-22

중도 성향의 한 지인이 얼마 전 “도대체 박근혜정부가 한 게 뭐가 있나.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주택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든 거밖에 더 있느냐”며 재임 4년을 싸잡아 비난했다. 지난 정권을 반추해보면 경중(輕重)은 있을지언정 공(功)과 과(過)가 공존했다. 박정희 시대엔 경제부흥-유신독재라는 공과가 극명했다. 우유부단하고 무능하대서 ‘물태우’ 소리를 들은 노태우 정권도 북방외교의 공이 있고, 외환위기를 부른 김영삼 정권은 금융실명제 시행과 하나회 척결이라는 업적을 남겼다.

박근혜정부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줄 만한 게 딱히 없다. 국정 역사교과서 따위의 시대착오적 정책을 밀어붙였고, 대통령은 권위와 불통의 아이콘이 됐다. 밉보인 인물을 찍어내는 데만 내공(內功)이 돋보였다. ‘상명하달’을 받들지 않던 검찰총장, 여당 원내대표, 문체부 국장이 정권의 표적이 돼 줄줄이 낙마했다. 소득 양극화는 심화됐고 지역균형발전은 퇴행했다.

필자는 문재인정부 출범에 즈음해 박근혜정부와 반대로만 국정을 운영하면 실패한 정부로 낙인찍히는 일은 없을 거라는 칼럼을 썼다. 실제 문재인정부는 출범 후 줄곧 박근혜정부와는 상반된 노선을 달려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틀 만에 국정교과서 폐기를 지시했다. 탈원전, 최저임금 대폭 인상,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도 박근혜정부의 국정 철학과는 대립되는 정책들이다. 대통령이 고개를 숙이거나 사회적 약자를 안아주며 보듬고 각본 없는 기자회견을 하는 것도 전 정부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기저효과(base effect)는 특정 시점의 경제상황을 평가할 때 비교의 기준으로 삼는 시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문재인정부의 비교 기준은 주로 박근혜정부이다 보니 기저효과의 득을 톡톡히 누린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율동으로 1990년대 밤무대를 평정했던 서울시스터즈는 동업자들의 기피 대상 1호였다. 웬만큼 출중한 가수도 서울시스터즈 공연 바로 뒤엔 무대에 서려 하지 않았다. 현재 문재인정부가 누리는 기저효과와는 반대현상이다.

정권도 절대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게 진정한 실력이다. 정부의 능력은 정책으로 가늠된다. 정책에 대한 국민 공감이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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