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내 나이가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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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2 07:45  |  수정 2017-08-22 07:45  |  발행일 2017-08-22 제25면
[문화산책] 내 나이가 어때서
문민영 <예술공방 CUE 대표>

찌는 듯한 더위 속에 카페를 찾았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아주 조용한 곳이었다. 카페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한 어머니가 있었다. 나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딸랑딸랑’ 카페문 열리는 소리에 자연스레 문쪽을 바라보았다. 어느 백발의 노인이 더운 날씨에 힘이 드셨는지 물 한 잔 얻어먹어도 되냐는 부탁을 했다. 그러자 앉아있던 아이가 작은 소리로 노인의 흉을 보기 시작했다. 작은 소리였지만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나에게 전달되었다. 눈살이 찌푸려졌다.

문득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농사일을 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1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4대가 함께한 대식구 집에는 증조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셨고 시골에서 자랐기에 주위에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많았다. 요즘 아이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사회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닌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자라온 환경 때문인지 주변 어르신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모습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달려가 도와주게 된다.

내가 속해 있는 예술공방 큐에서 하는 첫 사업 또한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예전부터 어르신들과 아이들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교육이나 사업을 구상할 때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되는 단어가 어르신이다. 중년 이후 나이듦에 대해서 정신적·신체적·사회적 퇴화라는 부정적 자기 인식들이 도리어 노화를 가속화시킨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이 가진 창의성과 즐거움은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해 생각의 틀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참여를 통하여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고 가족관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며 삶의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어르신들이 단순히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건강하고 창의적인 구성원임을 일깨워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젠가 노인이 되며 지금의 어르신은 우리의 미래 모습이다.

우리가 어르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우리 다음 세대는 노인이 된 우리를 존중하지 않을 것이고 악순환이 이어지게 될 것이다. 나이 먹는다는 것이 슬픈 일로 인식될지 모르지만, 예술활동을 통해 늙어간다는 것이 삶의 즐거운 과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되어 나이듦이 행복하고 즐겁게 느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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