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한·중 수교 25주년을 생각하며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8-21   |  발행일 2017-08-21 제30면   |  수정 2017-08-21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본래 수교목적 달성 고사하고
‘사드갈등’으로 관계 악화일로
기념식조차 따로따로 치를 판
양국관계 정상궤도 회복해야
[아침을 열며] 한·중 수교 25주년을 생각하며

한·중 양국이 6·25전쟁 이후의 반목을 청산하고 수교한 날이 지금부터 25년 전인 1992년 8월24일이다. 당시 한국은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만들어 장기적으로 평화적인 통일 환경을 조성하려는 ‘북방정책’을 추진하고 있었고, 경제발전을 위해 거대 중국시장이 필요했다. 중국 역시 개혁·개방 정책의 지속적 추진을 위해 한국 경제의 중간 기술력이 필요했던 시점이었고, 남·북한 동시수교국으로서 주변 환경 안정 확보에 기대를 가졌다.

양국의 기대에 부응해 수교 이후 양국 관계는 경제교류를 중심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경제교류의 활성화는 인적 교류를 증대시켜 재작년에는 상호 방문객 1천만명 시대를 열기도 했고, 정치·외교 문제 등에서도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강화 등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국제사회는 ‘세계 외교의 기적’으로 칭송했고, 한·중 양국 정부는 2008년 수사적으로는 최고 단계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양국 정부가 자부하던 ‘유사 이래 최고의 관계’는 작년 7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 중국의 경제보복 및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구조적 취약성으로 25년 만에 최악의 위기에 봉착했다.

경제교류의 활성화를 통해 양국은 상당한 실질적 이득을 보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의 급속 성장 시기에 한국은 중국 성장 효과를 만끽했고, 중국 역시 한국의 중간 기술력의 수혜를 봤다. 반면 북한 문제에 대한 양측의 인식과 공감대가 25년이 지난 아직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최대의 문제다. 양국이 수사적 차원으로만 ‘북핵’ 문제 처리를 강조하는 사이에 북한은 실질적 핵보유국 지위를 갖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양국이 기대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수교 본래의 목적 달성은 고사하고 오히려 악화일로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시달려온 한국은 핵과 미사일로 무장된 북한의 더욱 증대된 위협에 노출돼있고, 중국도 말로만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보낼 뿐 대북 영향력의 한계를 점차 드러내는 중이다.

이미 상황은 복잡해졌다. 중국의 국력은 강대해졌고, 국제적 영향력도 막강해졌다. 소련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 이후 유일 초강대국 지위를 향유하던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부상을 경계할 수밖에 없고, 한·미 동맹구조와 한·중 협력구조 사이에서 한국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가고 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국이 미국의 편에 서지 말 것을 교묘하게 주문하고 있다. 북핵 위협 때문에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한국 논리는 무시하고 한국이 미국 편을 들어 중국을 곤란하게 한다는 주장만 한다. 북한의 핵 보유와 미사일 실험 때문에 생긴 문제를 근원은 살피지 않은 채 한국에 대한 압박에 열을 올린다. 이렇게 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무엇이 한·중관계를 이렇게 악화시켰는지를 냉정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수교 25주년 기념식조차 따로 치러야 할 만큼 감정을 상하게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시진핑 주석도 문재인정부 출범 후 대중 특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한·중 양국의 수교가 양국 국민에 혜택을 줬고 지역 평화안정에 기여했음을 인정하면서 양국 관계가 속히 정상궤도로 돌아와야 함을 강조했다. 한·중 관계가 중요함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다. 피차 상호 중요성을 인정하는데 북한 때문에 생긴 일로 한국과 중국이 갈등하는 것은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일이다.

이제 한·중 관계의 ‘정상 궤도’가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한국은 북한문제에 대한 중국 역할에 과잉 기대가 있고, 중국은 한국이 한·미동맹을 통해 중국 견제의 첨병 역할을 한다는 과잉 우려를 한다. 한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과잉 기대와 과잉 우려를 적어도 합리적 기대와 합리적 우려로 만드는 용기가 필요하다. 위기와 기회는 병존한다. 한·중 수교 25주년, 양국 관계의 질적인 변화를 도모해야 할 때다. 강준영 (한국외대교수·차이나 인사이트 편집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