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홍준표의 박근혜 선 긋기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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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1   |  발행일 2017-08-21 제30면   |  수정 2017-08-21
오락가락하던 친박청산론
다시 꺼낸 속내는 두 갈래
親洪대체와 지방선거연대
朴 정치적책임 당연하지만
정치상황따라 흔들려서야
[송국건정치칼럼] 홍준표의 박근혜 선 긋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5·9 대선 때 “큰 선거에선 지게 작대기도 필요하다”며 당내 친박계의 이탈을 막았다. 친박 핵심 3인방(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의 징계를 풀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7·3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선 “과거와 단절하고 철저한 내부 혁신, 이념무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친박계 청산론으로 돌아섰던 셈이다.

이후에도 홍 대표는 친박계 정리 문제와 관련해 여러 차례 입장을 바꿨다. 특히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향후 관계 설정에 대해선 말을 하는 시점과 장소에 따라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 따른 급작스러운 대선 출마, 그리고 집권여당에서 제1야당으로 위치가 바뀐 보수정당을 이끌며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생긴 ‘박근혜 딜레마’였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분위기가 서서히 조성되고, 4당체제 여소야대 정치권에서 합종연횡 시나리오들이 나도는 시점에 홍 대표의 친박청산론이 다시 나왔다. 이번엔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도 강하게 언급했다. 그것도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에서였다.

그는 16일 영남일보 인터뷰에서 “과거 이 당을 잘못 이끌고 한국 보수진영을 궤멸시킨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도리고,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 또한 도리”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보수궤멸 책임론은 지난 대선을 전후해 보수층 유권자들 사이에 폭넓게 확산됐다. 최순실과 주변의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 책임도 책임이지만, 사태가 불거진 이후의 처신들은 보기에 민망하다는 탄식이 많이 들렸다.

이 상태라면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향후 오랫동안 보수가 궤멸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거란 비관론이 지금도 팽배하다. 대선 당시 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주장한 ‘진보진영 20년 집권론’이 허언이 아닐 수 있다는 말도 보수 정치권에서 부쩍 나돌고 있다.

홍 대표는 지금 당 소속 국회의원 107명을 그룹별로 두루 만나고 있다. 대선 때는 미처 그럴 경향이 없었지만 원로 정치인이나 각계의 보수성향 인물들도 접촉 중이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확실하게 선을 긋지 않으면 정말로 보수가 궤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 선언을 대구에서 한 건 탈(脫)박근혜 각오를 보수 전체에 분명히 전달하기 위한 정면돌파였다. 당내 일부의 반발에 “지금은 쉬쉬할 때가 아니다. 찬반 논쟁을 벌여보자”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 대표로선 두 가지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 하나는 최근 대규모 특보단 임명에서 보듯 당에서 친박을 빼고, 그 자리를 ‘친홍’으로 채우기 위한 내부용이다. 다른 하나는 지방선거에 대비한 외부용인데, 특히 탄핵국면에서 갈라져 나간 바른정당에 보내는 메시지다.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를 정리할 테니 정책연대든 선거연대든 재결합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보자는 러브콜이다. 정치인 출신인 박 전 대통령이 사법적 판단을 받기 전이라도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데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하다. 다만 오랫동안 ‘박근혜 특수’에 매달려 살다시피했던 집단에서조차 안팎의 정치적 사정에 따라 정치적 책임론의 강도가 왔다갔다 하는 건 그만큼 자생력을 상실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 대목이 한국당의 본질적인 문제일 수 있다.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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