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스마트하고 정정당당한 선남선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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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1 07:43  |  수정 2017-08-21 07:43  |  발행일 2017-08-21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스마트하고 정정당당한 선남선녀들

해마다 개최되는 대구의 명물축제, DGIST 세계명문대학조정축제가 대구 동성로와 현풍의 낙동강 조정경기장에서 22일부터 26일까지 열립니다. 올해도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MIT,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교, 스위스의 ETH(스위스연방공대 취리히), 호주의 시드니대학교, 중국의 홍콩과기대, 그리고 대한민국의 DGIST 조정부 학생들이 참가합니다.

이 대회 최고의 장관은 다른 대륙, 다른 대학 출신의 선수들이 서로 섞여 새로운 융합팀을 만들어 승부를 겨루는 12㎞ 코스 경주입니다. 사실 조정은 규정종목인 1㎞ 코스만 완주해도 심장이 터질 것 같고, 근육에 축적된 젖산으로 내 팔다리가 마치 남의 팔다리처럼 느껴진다고 하니, 무려 10배가 넘는 거리인 12㎞를 완주하면 선수들은 가히 인간 육체와 정신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극한의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경주를 마치면 선수들은 마치 지옥에라도 다녀온 것 같은 표정으로 보트에서 내리지만, 곧바로 완주한 동료들과 어울려 성취에 대한 만족감을 함께 만끽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스포츠맨십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도 무한한 청량감을 선사하죠. 가끔 경주 중반쯤 망원경으로 보면 선수 개개인은 너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노를 젓습니다. 그럴 때면 혹시라도 기능항진약물의 도움을 받아 조금은 쉽게 경기를 치르고 싶은 충동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2014년 독일 언론사가 폭로한 러시아 운동선수들의 도핑 스캔들을 보면, 운동선수들은 힘을 덜 들이고도 기록을 단축하거나 혹은 향상시킬 수 있는 약물이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그 약물에 대한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러시아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한두 종목의 특정 선수가 아니라 올림픽에 출전한 대부분이 금지약물을 복용한다는 주장까지 있어, 러시아 선수들에게 올림픽 정신은 모두 퇴색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도핑에 대해 뇌의약학의 관점에서는 우리는 새로운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합니다. 우리 삶이 운동경기라고 한다면 모든 금지약물 사용을 도핑이라 규정하고, 그런 약물 개발 자체도 모두 금지하면 됩니다. 그러나 조금만 관점을 달리하여 보면, 비장애인이 아니라 장애인들을 위해 이 약물을 사용하여 그들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러한 약물 개발은 권장해야 할 기술입니다. 과거 학생들의 주의력 향상을 통해 학습효과를 높여주는 약물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이 약물은 운동경기에서 은밀히 사용되는 대표적 금지약물이어서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약물은 정서 장애 환자의 상태를 완화하거나 치매 초기 환자의 치매증상을 개선시켜주는 약물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의약물입니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약물 개발을 완전히 금지하기도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또 최근 ICT 기술 발전에 따른 뇌융합 연구분야의 발전은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약물을 쓰지 않는다면 도핑이 아닌가 하는 질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약물 없이 뇌에 전기자극만 주는 방식으로 운동선수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브레인도핑’이란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스노보드 선수들의 뇌에 전기자극(경두개 직류전기자극, tDCS)을 주었더니 점프력과 균형 감각이 무려 70~80%나 향상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연구자들은 뇌에 흘려준 전기자극이 뇌 가소성을 통해 뇌 속 운동영역을 담당하는 부위에 새로운 신경망 연결을 만들어주어 고난도의 신기술을 연마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 설명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신묘한 ‘브레인도핑’기술이 우리 앞에 나타날지 상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우리 대구의 미래인재들은 운동에서만큼은 자신과의 철저한 싸움을 통해 축적된 건강한 근육과 스마트한 뇌로 세상과 맞서는 스포츠맨십을 갖춘 정정당당하고 스마트한 선남선녀들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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