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의견’90% 육박…투자자만 낭패…증권사 의‘뻥튀기 보고서’ 사라질까 ?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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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9   |  발행일 2017-08-19 제11면   |  수정 2017-08-19
주식시장 ‘괴리율 공시제’ 9월부터 시행
20170819

다음 달부터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목표주가와 실제주가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괴리율을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정 회사가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고도 목표주가를 적절한 시점에 조정하지 않거나, 악재가 발표된 회사에 대해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아 증권사들이 상장사의 입장에서 투자자를 기만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지자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의 하나로 이런 제도를 시행하게 된 것이다.

◆거품낀 증권사 보고서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조사분석보고서는 목표주가를 낙관적으로 제시해 매수의견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매수의견은 통상 1년 이내 현재주가 또는 시장지수 대비 15% 이상 주가상승이 예상될 경우 제시한다.

2014년의 경우 매수 의견이 90.30%·중립이 9.57%, 2015년에는 매수 87.88%·중립 11.87%, 지난해에는 매수 88.73%·중립 11.10%를 각각 차지했다. 매도 의견을 제시한 비율은 2014년부터 3년간 0.13%, 0.25%, 0.17%로 0%대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증권사들이 기존에 내놓은 보고서의 목표주가를 제때 조정하지 않는 등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례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2015년 8월 A사의 경우 대규모 영업손실 실적발표에도 다수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제때 조정하지 않았고, B사의 경우 생산원료 관련 악재성 내용이 같은 해 4월 발표된 이후 다수의 증권사가 B사를 조사분석보고서 작성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3월 C사의 경우 매도의견이 기재된 조사분석보고서가 공표된 이후 해당 증권사에 기업탐방 거부 의사를 밝히는 등 이해관계자가 애널리스트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등의 불합리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매수 의견을 제시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고, 높은 목표가격을 제시했다가 낮추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5일 기준 신한금융투자의 매수 의견비율은 88.07%·중립 8.72%, 하나금융투자도 같은 달 26일 기준 매수의견은 87.3%·중립 12.0%, 메리츠종금증권도 지난 6월30일 기준 매수의견은 92.8%·중립 7.2%을 각각 기록했다. 최근 3년간 매수의견 비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도 의견 비율은 여전히 0%대로, 이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4일 넷마블게임즈의 목표주가를 기존 19만원에서 16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2분기 실적부진으로 올해 이후 실적 추정치가 내려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회사의 3분기 이후 실적이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고 투자의견은 ‘매수(Buy)’ 등급을 유지했다.


애널리스트, 목표주가 낙관적 제시
실제 주가와 ‘괴리’ 신뢰도 떨어져

목표·실제주가 차이 백분율로 환산
증권사 기업분석보고서에 공개해야
금감원 “건전한 투자문화 조성 기대”



현대투자증권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해외법인의 부진 탓에 올해 영업이익이 뒷걸음질할 것으로 전망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7만2천원에서 9.7% 내린 6만5천원으로 하향조정했고, 현대차투자증권은 YG엔터테인먼트의 중국 매출 부진으로 목표주가는 3만9천원에서 7.7%내린 3만6천원으로 하향조정했다. 하지만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일부 종목은 실적 호조로 목표주가를 올려 잡기도 했다.

KB증권은 올해 하반기 발전자회사 증설에 따른 이익 증가 등 실적 모멘텀이 있다며 GS의 목표주가를 8만3천500원에서 8만8천원으로 올리고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했고, 유진투자증권은 2차전지용 일렉포일 부문 증설로 내년 실적 향상이 기대된다며 일진머티리얼즈의 목표주가를 기존 3만600원에서 4만원으로 30.7% 상향조정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몇 개월 단위로 내놓는 보고서의 목표주가를 수시로 변경하면서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더욱이 상향조정 때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릴 때는 반등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매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투자자가 아니라 상장기업의 입장에서 보고서를 내놓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숙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9월부터 달라지는 것들

금감원은 투자의견의 객관성 제고 및 애널리스트의 독립성 강화를 통해 조사분석보고서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차이를 조사분석보고서에 공시하는 괴리율 공시제도를 실시한다. 지난 5월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개정해 다음 달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것. 이를 통해 목표주가의 합리적 추정 및 사후관리 강화를 추진하고, 목표주가 수준에 대한 투자자의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금감원은 기대하고 있다.

내부검증 강화를 통해 일정비율 이상의 목표주가 변동, 투자의견 변경, 분석종목 제외, 괴리율 등을 심의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부 검수조직의 역할 강화 및 인력 보강 등을 통해 조사분석보고서에 대한 내부검증시스템 구축 추진하게 된다.

또 애널리스트의 보수산정시 보고서의 품질 및 투자의견의 정합성을 반영하도록 해 애널리스트에 대한 외부의 영향력 축소를 유도하고, 조사분석보고서 수정 요구 등 불합리한 리서치 관행을 신고할 수 있도록 금감원에 신고센터를 설치한다. 또 조사분석보고서 작성과 관련된 내부통제 실태를 점검해 미흡한 사항에 대해 지속적인 개선을 추진하도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가 조사분석보고서를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이를 통해 가치투자에 나설 수 있게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증권사 목표주가와 실제주가 괴리율 공시제가 시행되면 증권사는 제시한 목표주가와 일정 기간 후 실제주가의 차이를 백분율로 환산해 기업분석 보고서에 공개해야 한다. 당장 증권사들이 내놓는 보고서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만큼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 내 심의위원회 설치에 나서고 있다. 심의위원회는 △리스트 대상종목 편입과 제외 △투자등급의 변경 △회사가 정한 일정 비율 이상의 목표주가 또는 추정실적 변경 △괴리율 수준의 적정성 등을 살피게 되며 이를 기록에 남긴다.

이에 일부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장을 비롯해 부서장과 경력 10년차 이상의 중견급 애널리스트로 구성된 리서치심의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실적추정 등을 대폭 변경하거나 새로운 기업을 커버리지에 추가할 경우 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또 리서치 자료 발간과정에 관여하는 내부검수팀까지 했다.

또 다른 증권사는 기존 리서치운영위원회를 리서치심의위원회로 확대 개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목표주가 변동 폭이 큰 보고서를 자체 검수하는 등 위원회의 권한과 기능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일부 증권사는 리서치센터장과 부서장, 팀장급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 준법관리인을 추가로 포함시키는가 하면 금융정보업체와 협력해 괴리율을 계산하고 공시하는 전산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괴리율 공시제도가 자리를 잡게 되면 무분별한 투자광고로 야기될 수 있는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낮춰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투자자는 증권사가 내놓는 신뢰도 높은 보고서를 토대로 본인의 성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 가치 투자를 해 그 결과를 감내할 수 있는 등 건전한 투자문화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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